수라(修羅) - 백석(白石)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 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시전집<백석 시전집>(창비, 1987)
수라(修羅) : 싸움을 일삼는 귀신.
싹기도 : 흥분이 가라 앉기도.
가제 : 방금, 막.
===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거미'를 친숙한 관계로 표현 한,
백석 시인의 <수라>을 통해 다시 읽어본다.
시인은 거미를 살려 보냈는데, 나는 방에 들어오는
거미, 귀뚜라미, 모기, 파리 등 인정사정 보지않고 잡아 버렸는데,
시인은 작은 곤충에서도 아름다운 시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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