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빈집 - 기형도

물빛향기 2020. 1. 13. 21:49

60)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시집<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1989)

 

 

=== "결혼이란 빈 들판에 지은 집 그 집에 누가 갇혔을까?"

"결혼이란 빈 들판에 스스로 집을 짓고 스스로 갇히는 일이다.

-  정일근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젊었을 때, 짧은 연애와 사랑을 잃고 나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빈집)의 문을 잠그고 말았지요.

 

사랑하는 님과 함께했던 짧았던 밤, 겨울 안개, 촛불, 종이,

눈물이 옛 추억이 되어,

괴롭고, 고통스럽게 가둬버린 아픔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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