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시집<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1989)
=== "결혼이란 빈 들판에 지은 집 그 집에 누가 갇혔을까?"
"결혼이란 빈 들판에 스스로 집을 짓고 스스로 갇히는 일이다.
- 정일근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젊었을 때, 짧은 연애와 사랑을 잃고 나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빈집)의 문을 잠그고 말았지요.
사랑하는 님과 함께했던 짧았던 밤, 겨울 안개, 촛불, 종이,
눈물이 옛 추억이 되어,
괴롭고, 고통스럽게 가둬버린 아픔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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