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김진래
저 벽을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할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는 곳,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곳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위로위로 오르고 오르고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고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희망을 노래하며 그 벽을 넘어간다
- 2019년 12월 초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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