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상쾌해진 뒤에 길을 떠나라 - 고진하

물빛향기 2020. 1. 31. 22:01

상쾌해진 뒤에 길을 떠나라          - 고진하

 

그대가 불행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대의 삶이

타인에 대한 불평과 원망으로 가득할 때

아직 길을 떠나지 말라.

 

그대의 존재가

이루지 못한 욕망의 진흙탕일 때,

불면으로 잠 못 이루는

그대의 밤이 사랑의 그믐일 때

아직 길을 떠나지 말라.

 

쓰디쓴 기억에서 벗어나

까닭 없는 기쁨이 속에서 샘솟을 때,

불평과 원망이 마른풀처럼 잠들었을 때,

신발 끈을 매고

길 떠날 준비를 하라.

 

()에 대한 온갖 바람이 바람인 듯 사라지고

욕망을 여윈

순결한 사랑이

아침 노을처럼 곱게 피어 오를 때,

 

단 한 벌의 신발과 지팡이만 지니고도

새처럼 몸이 가벼울 때,

맑은 하늘이 내리시는

상쾌한 기운이 그대의 온 몸을 감쌀 때

 

그대의 길을 떠나라.

 

    - 고진하 시집<명랑의 둘레>(문학동네, 2015)

 

 

 

=== 하루 하루의 일상 속에서 새로운 시(詩)을 만남으로 인해,

기쁨으로 생활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상쾌함이 느껴질 때 길을 떠나야 하기에

오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상쾌함이 느껴질 때 길을 떠나라

                                        ㅡ 김진래

 

그대여!

불행의 기억이 사로잡혀있을 때,

그대여!

타인에 대한 불평과 원망으로 가득할 때,

그대여!

이루지 못한 욕망의 진흙탕일 때,

그대여!

불면으로 잠 못 이룰 때,

그대여!

그대의 사랑이 그믐일 때,

아직 길을 떠나지 말라.

 

아픔의 쓰디쓴 기억에서 벗어나

이유 없이 기쁨이 마음에서 샘솟을 때,

불평과 원망이 마른 풀처럼 잠들었을 때,

신발 끈을 다시 동이고

길 떠날 준비를 하라.

 

()에 대한 온갖 바람이 바람인 듯 사라지고

욕망을 버리고

순결한 사랑이

저녁노을처럼 곱게 물들 때,

 

단 한 벌의 옷과 신발, 지팡이만 가지고

새처럼 몸이 가벼울 때,

푸른 하늘이 펼쳐졌을 때,

상쾌함이 온 몸에 느껴질 때,

그대의 길을 떠나가라.

 

마태복음 1010

 

고진하 시인의 '상쾌해진 뒤에 길을 떠나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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