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흔들린다 - 함민복

물빛향기 2020. 2. 1. 21:07

흔들린다             - 함민복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함민복 시집<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창비, 2013 / 시그림책)

        <흔들린다>(작가정신, 2017)



===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시인의 말처럼

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하는 인생사.

나무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하지만,

조금씩 흔들리면서 가지를 뻗고 이파리를 틔우는 나무의 지혜를 배우며,

오늘도 흔들려도 떨어지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독서이야기 > 익어가는 하루(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복 - 유진목  (0) 2020.02.03
파문 - 권혁웅  (0) 2020.02.02
상쾌해진 뒤에 길을 떠나라 - 고진하  (0) 2020.01.31
담쟁이 - 도종환  (0) 2020.01.29
기쁨 꽃 - 이해인  (0) 2020.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