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다 - 함민복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다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함민복 시집<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창비, 2013 / 시그림책)
<흔들린다>(작가정신, 2017)
===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다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시인의 말처럼
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하는 인생사.
나무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하지만,
조금씩 흔들리면서 가지를 뻗고 이파리를 틔우는 나무의 지혜를 배우며,
오늘도 흔들려도 떨어지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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