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송년회 - 황인숙

물빛향기 2020. 2. 16. 17:20

송년회                     - 황인숙

 

칠순 여인네가 환갑내기 여인네한테 말했다지

환갑이면 뭘 입어도 예쁠때야!”

그 얘기를 들려주며 들으며

오십대 우리들 깔깔 웃었다

 

나는 왜 항상

늙은 기분으로 살았을까

마흔에도 그랬고 서른에도 그랬다

그게 내가 살아본

가장 많은 나이라서

 

지금은,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

이런 생각, 노년의 몰약 아님

간명한 이치

 

내 척추는 아주 곧고

생각 또한 그렇다(아마도)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 시집<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문학과 지성사, 2016)

    

 

=== 지금은 내가 살아 온 가장 많은 나이이고,

지금은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임에도

젊음보다 늙어감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노년에 어떻게 살까?

고민하며 살고 있다.

내 몸은 아직도 젊음을 갖고 있고,

생각도 젊음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