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 신경림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뒤돌아본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 해를
비탈길을 터벅거리며 뒤돌아본다
저물녘
내게 몰아쳐온 이 바람 무엇인가
송두리째 나를 흔들어놓는
이 폭풍 이 바람은 무엇인가
눈도 귀도 멀게 하는
해도 달도 멎게 만드는
이것은 무엇인가
자리에 누워 뒤돌아본다
만나는 일의 설레임을 알고
마주 보는 일의 뜨거움을 알고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 한 해를
꿈속에서 다시 뒤돌아본다
삶의 뜻으로
또 새로 본 이 한 해를
- 시집<달 넘세>(창비, 1990)
* 푸섶길 : 풀과 잡목이 우거진 길
=== 새벽 지하철 속에서 삶을 돌아본다.
아픔과 슬픔도 있었지만, 마음은 한 층 성숙해지는 기쁨을 누리는 삶이였다.
마음과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마음 여행을 하기도 했던 날도 있었고, 자전거로 자연 속에서 라이딩했던 아름다운 시간도 있었다. 숭례문 학당을 통해 철학과 시(詩)를 가까이 하게 된 한 해이기도 하다.
만남의 설레임이 있었고, 마주 보는 것과 같은 뜨거움을 알고 헤어짐의 아픔을 알게 된 해도 있었다.
꿈과 같은 세월을 보냄을 감사하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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