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 김혜순
누가 쪼개 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선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 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 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가라진 흔적
그 사이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스밀 수 있는가
내가 두 눈을 뜨지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 낮과 검은 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 <문학동네> 2004년 봄호 1시집<당신의 첫>(문학과 지성사, 2008)
===
지평선 / 하늘 = 땅 / 흔적 = 핏물 / 윗눈꺼플 = 아랫눈꺼플 / 바깥 = 안 /
흰낮 = 검은 밤 / 여 - 매 = 남 - 늑대 ▶▶▶ 우리 만남의 저녁
2 + 1 = 1 ▶▶▶ 둘이 하나되는 아픔
시(詩) 속에 둘이 하나되는 아픔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장석주 시인의 말 : "언어가 언어 이전의 상태로 몸을 떠다니다가 언어화 하는 것"
"시(詩)란 내 몸의 전해질이 어떤 전극의 상태를 띨 때 씌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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