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쇳물 쓰지 마라 - 제페토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 시집<그 쇳물 쓰지 마라>(수오서재, 2016)
=== 2010년 9월 8일 한경닷컴
7일 새벽 2시 충남 당진군 석문면 한 철강 업체에서
일어난 작업 도중에 발을 헛디뎌,
5m 높이의 1,600도가 넘는 용광로에 빠져 숨진 사건을
기사를 보고 시의 형태로 단 댓글 시(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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