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그 쇳물 쓰지 마라 - 제페토

물빛향기 2020. 2. 22. 18:20

그 쇳물 쓰지 마라   -  제페토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 시집<그 쇳물 쓰지 마라>(수오서재, 2016)


===  2010년 9월 8일   한경닷컴

7일 새벽 2시 충남 당진군 석문면 한 철강 업체에서

일어난 작업 도중에 발을 헛디뎌,

5m 높이의 1,600도가 넘는 용광로에 빠져 숨진 사건을

기사를 보고 시의 형태로 단 댓글 시(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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