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 시집<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
===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자랑이 되지 않는다.
나는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것을 못했다.
운동신경도 발달치 못하고, 시력이 나빠서 어릴적 부터
안경을 쓰고 있어서 더 열심히 운동을 못했다.
작은 눈에 안경을 낀 생활이 불편해서 운동하는 것을 자랑할 수 없었다.
'독서이야기 > 익어가는 하루(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 속에서 - 나희덕 (0) | 2020.02.28 |
---|---|
법원 - 황인찬 (0) | 2020.02.27 |
잊자 - 장석주 (0) | 2020.02.23 |
그 쇳물 쓰지 마라 - 제페토 (0) | 2020.02.22 |
지평선 - 김혜순 (0) | 2020.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