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 황인찬
아침마다 쥐가 죽던 시절이었다.
할머니는 밤새 놓은 쥐덫을 양동이에 빠뜨렸다
그것이 죽을 때까지, 할머니는 흔들리는 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죄를 지으면 저곳으로 가야 한다고, 언덕 위의 법원을 가리키며
할머니가 말할 때마다 그게 대체 뭐냐고 묻고 싶었는데
이제 할머니는 안 계시고, 어느새 죽은 것이 물 밖으로 꺼내지곤 하였다
저 차갑고 축축한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할머니는 대체 저걸 어떻게 하셨나?
망연해져서 그 차갑고 축축한 것을 자꾸 만지작거렸다
대문 밖에 나와서 앉아 있는데 하얀색 경찰차가 유령처럼 눈앞을 지나갔다
- 시집<구관조 씻기기>(민음사, 2012)
=== 화려한 옷을 벗고, 하얀 옷을 입은 눈꽃 나무로 변한 어느 겨울,
친구와 함께 썰매를 가지고 높은 언덕에 올라 타고 내려왔다.
천천히 밀면서 내려오다 썰매는 달리기를 멈추 줄 모르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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