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산속에서 - 나희덕
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 시집<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비, 1994)
=== 한 때, 북한산을 여러 코스와 둘레길을 걷고할 때,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 본 기억이 있다.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을 만나고, 갈림길을 만나던가 하면 무척 당황스럽다.
어둠 속은 아니지만 혼자서 길을 찾기가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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