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자 - 장석주
그대 아직 누군가 그리워하고 있다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대 아직 누군가 죽도록 미워하고 있다면
그대 인생이 꼭 헛되지만은 않았음을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그대 아직 누군가 잊지 못해
부치지 못한 편지 위에 눈물 떨구고 있다면
그대 인생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이제 먼저 해야 할 일은
잊는 것이다
그리워하는 그 이름을
미워하는 그 얼굴을
잊지 못하는 그 사람을
모두 잊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다
잊음으로써 그대를
그리움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잊음으로써 악연의 매듭을
끊고 잊음으로써 그대의 사랑을
완성해야 한다
그 다음엔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 시집<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세계사, 1998)
===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다면,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또한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고 있다면,
인생은 헛되게 살지 않았음을 위안삼고 살기 바란다.
그리워하는 그대를,
미워하는 그 얼굴을,
잊지 못하는 그 사람을,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살고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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