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신영복) 읽고 발췌 - 7
9. 양복과 재봉틀 (p.138~154)
『장자』 = 기계 === ‘기계보다는 인간’을 중시하는 장자의 인간학. - p.138
용두레라는 기계를 쓰면 쉽게 밭에 물을 줄 수가 있는데 왜 그렇게 고생을 하시느냐고 묻습니다. 그 말에 노인이 분연작색(忿然作色), 벌컥 화를 내다가 곧 웃으며 말합니다. 노인은 그의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것이라 하면서 차근차근 반기계론을 전개합니다. 기계와 기술의 신화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장자의 이야기가 비현실적입니다. (중략) 용두레라는 기계를 몰라서가 아니라 부끄러이 여겨서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 p.138~139
1810년대에 일어났던 영국의 러다이트(Luddite)운동 -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기계 파괴 운동입니다. 기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일수록 자동화, 기계화, 인공지능화 때문에 생기는 실업 문제가 갈수록 더 심각합니다. 실업하거나 비정규직화합니다. 노동조건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기계 파괴 운동은 물론 실패로 끝났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잘못된 운동으로 정리됩니다. - p.139
기계가 기심(機心)을 만들어 내고 결국은 순백(純白)이 불비(不備)하고 신생(神生)이 부정(不定)해서 도(道)가 깃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중략) 장자 사상의 핵심은 ‘탈정(脫井)’입니다. 갇혀 있는 우물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갇혀 있는 좁고 완고한 사유의 우물을 깨닫는 것입니다. - p.146
우리 사회의 열악한 노동 현실 때문에 노동에 대한 관념이 부정적입니다만 사실은 노동하지 않는 생명은 없습니다. 더 정확하게 정의한다면 노동은 ‘생명의 존재 형식’입니다. (중략) 모든 생명은 노동합니다. 한 송이 코스모스만 하더라도 어두운 땅속에서 뿌리를 뻗고 계속해서 물을 길어 올리는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 마리 참새인들 다르지 않습니다. 노동은 생명이 세상에 존재하는 형식입니다. 그것을 기계에게 맡겨 놓고 그것으로부터 내가 면제된다고 해서 행복할 수 있을까요? - p.147
사람의 정체성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노동’이란 표현이 어색하다면 ‘삶’이라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가 영위하는 삶에 의해서 자기가 형성되고 표현됩니다. - p.148
장자가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생명’입니다. 경물중생(經物重生)입니다. 물(物)은 가볍고 생명이 중합니다. - p.150
『맹자』의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의 예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터에서 50보 도망간 사람이 100보 도망간 사람을 비웃는다는 뜻입니다. 언뜻 임전무퇴(臨戰無退)를 독려하는 의미 같습니다만 당시에는 전쟁터에서 50보, 100보 도망가는 것이 다반사였다는 증거입니다. 민초들은 전쟁에 이기거나 지거나 크게 상관없습니다. 살아남는 것이 당면 최우선 과제일 뿐입니다. - p.151
10. 이웃을 내 몸 같이 (p.155~170)
무감어수(無鑑於水) = 물에(於水) 비추어 보지 마라(無鑑)는 뜻입니다. 물(水)은 옛날에 거울이었습니다. 동경(銅鏡)이 나오기 전에는 물을 거울로 삼았습니다. 물에 비추어 보면 얼굴만 비추어 보게 됩니다. (중략) 감어인(鑑於人) = 사람에게 비추어 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거울에 비추어 보면 외모만 보게 되지만, 자기를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보면 자기의 인간적 품성이 드러납니다. - p.155
1919년 5 ․ 4운동이 일어나고 중국에 마르크스 사상이 소개되면서 신청년운동이 『묵자』를 주목하게 됩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좌파 사상이 있었구나 하면서 주목했다가 금방 폐기됩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하나는 천지(天志) 사상 때문입니다. … 그리고 또 하나는 비폭력 사상 때문입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 전략과 배치된다는 이유였습니다. - p.158
묵가 사상의 핵심은 그 편명에서 잘 나타납니다. 잘 나타납니다. 상현(尙賢), 상동(尙同), 겸애(兼愛) 등이 그것입니다. 우선 『상현』= 신분에 관계없이 현자를 천자로 모신다는 사상. 『상동』=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임. 열 사람이면 열 사람의 의(意)를 다 인정하고, 열 사람의 몫을 골고루 다 나누어주는 것을 뜻함. 『겸애』= 똑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 p.161
묵자학파의 차별성은 검소함과 비타협적 실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석불가난(孔席不暇暖) 묵돌부득검(墨突不得黔), 공자의 방석은 따뜻할 새가 없고, 묵자의 집은 굴뚝에 검댕이 없다는 뜻입니다. 공자는 벼슬자리를 얻기 위해서 주유천하(周遊天下)하느라 그가 앉은 방석이 따스할 새가 없고, 묵자의 굴뚝은 검댕이 앉을 새가 없다고 합니다. 아궁이에 불 때서 밥을 하지 못할 정도로 궁핍하다는 뜻입니다. (중략) 묵자학파는 이처럼 실천적이었을 뿐 아니라 사상의 전개도 매우 논리적입니다. 세상의 혼란을 바로잡으려면 먼저 그 원인을 알아야 한다. (중략) 백성들에게는 세 가지 우환이 있다고 진단합니다. 굶주린 자가 먹지 못하고, 추위에 떠는 자가 입지 못하여, 일하는 자가 쉬지 못한다고 진단했습니다. - p.162
세상 사람들은 누구도 서로 사랑하지 않으며(천하지인 개불상애天下之人 皆不相愛), 강자는 약자를 억압하고(강필집약强必執弱), 다수는 소수자를 겁박하고(중필겁과衆必劫寡),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업신여기고(부필모빈富必侮貧), 귀족은 천한 사람에게 오만하고(귀필오천貴必敖賤), 간사한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을 속인다(사필기우詐必欺愚). 세상은 화찬(禍簒)과 원한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현실의 궁극적 원인은 바로 서로 사랑하지 않기(불상애不相愛) 때문이라는 것이 묵자의 결론입니다. - p.163
『천자문』= 묵비사염(墨悲絲染) =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 슬퍼한다. 파란 물감에 실을 넣으면 파랗게 물들고 노란 물감에 실을 넣으면 노랗게 물듭니다. 실이 물든다는 것은 방금 이야기한 사회의 허위의식, 즉 지배 이데올로기의 포섭 기능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묵자가 우려하는 것은 실만 물드는 것이 아니라 나라도 물든다는 것입니다. 온 백성과 온 나라가 집단적 허위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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