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서 하 기/읽은책 발췌 1

담론(신영복) 읽고 발췌 - 5

물빛향기 2020. 2. 22. 21:00

담론(신영복) 읽고 발췌 - 5

 

7. 점은 선이 되지 못하고 (p.105~120)

 

맹자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 맹모(孟母)는 자녀를 훌륭하게 교육시킨 현모(賢母)의 전형입니다. 처음에는 조용한 산 밑에서 살았습니다. 가까이 묘지가 있어서 맹자가 장례 흉내를 냅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시장 가까이로 이사했더니 이번에는 또 장사꾼 흉내만 냅니다. 다시 서당 옆으로 이사해서 맹자가 글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고사입니다. 심지어 이 고사가 업그레이드되기도 합니다. 묘지 옆에서 생사의 고뇌를 깨닫게 하고, 시장에서 살아가는 일의 실상을 목격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맹모삼천 고사는 한()나라 때 유향(劉向)이 펴낸 열녀전(列女傳)모의전(母儀傳)’편에 실려 있습니다. - p.105

 

우리가 맹자의 이 대목에서 생각하자는 것은 본 것못 본 것의 엄청난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생사가 갈리는 차이입니다. 본다는 것은 만남입니다. 보고, 만나고, 서로 아는, 이를테면 관계가 있는 것과 관계 없는 것의 엄청난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력 합니다. - p.107

 

인간관계는 사회의 본질입니다. 사회에 대한 정의가 많지만, 사회의 본질은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자본주의 사회는 도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돌이켜보면 인간적 만남이 대단히 빈약합니다. 이양역지를 통해서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인간관계와 사회성의 실상입니다. - p.108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맹자의 사단(四端)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인()은 측은지심(惻隱之心)입니다. 맹자가 강조한 의()가 수오지심(羞惡之心), 부끄러움()입니다.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관계가, 만남이 지속적일 때 생깁니다. 20분간의 만남은 부끄러움이 형성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얼마든지 남의 좌석을 불법(?)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 p.109

 

공자의 핵심이 ()’이라고 한다면 맹자의 핵심은 ()’라 할 수 있습니다. ()는 인()을 사회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 물론 사회적인 개념입니다. ()이라는 글자가 두 사람을 뜻합니다. 인간관계입니다. 인간관계가 곧 사회입니다. - p.110

 

()’는 벼 화()에 칼 도()입니다. 칼로 벼를 베어 가거나 뺏어 간다는 뜻입니다. ()는 자해(字解)가 여러 가지입니다만, ()을 칼()로 자르는 것, 양고기를 썰어 고루 나누는 것입니다. 사활이 걸린 패권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군주에게는 이()는 가깝고 의()는 한참 먼 것입니다. 맹자의 인의는 현실적 방책이 못 되었고 결국 맹자는 전국시대의 절대군주에게 등용되지 못합니다. - p.111

 

우리나라에는 유학(儒學)이 고려 말에 들어옵니다. 조선 건국의 주역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이 당시에 맹자를 읽었습니다. 부친의 시묘살이 하는 중에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맹자를 보내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정몽주와는 나중에 갈라서게 되지만 이색 스쿨 동창생이었습니다. 이색 스쿨은 당시 개혁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문하생 집단입니다. 맹자는 아마 이색 스쿨의 필독서였을 것입니다. - p.112

 

진정한 즐거움이란 독락(獨樂)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맹자의 여민락입니다. 민본사상의 문화적 버전이라 할 만합니다. - p.114

 

맹자 =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한다.” 큰 것을 깨달은 사람은 작은 것도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맹자의 인간적 기품과 크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 p.116

 

관해난수 = “바다를 본 사람에게는 물을 이야기하기가 어렵다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다를 본 사람에게는 물에 대해서 거짓말하기 어렵다는 뜻이 됩니다. - p.117

 

궤우란 짐승과 수레가 같은 속도로 나란히 달리게 하면서 활을 쏘게 해 주는 것으로, 사냥의 법도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법도에 마음이 없는 자에 대한 신랄한 냉소, 그것은 물론 맹자의 것입니다. - p.118

 

화살과 방패 = 화살 만드는 사람은 그 화살이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봐 근심하고(실인유공부상인, 失人惟恐不傷人), 반대로 방패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상할까봐 근심한다(함인유공상인, 函人惟恐傷人. 그러나 화살 만드는 사람은 하는 일이 그래서 그런 것이지 사람 자체가 어찌 불인(不仁)하겠느냐고 합니다. -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