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신영복) 읽고 발췌 - 4
6. 군자는 본래 궁한 법이라네 (p.89~104)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溫)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엽지 않다는 것은 현실 정치 영역으로부터 만세의 목탁으로 나아간 그의 심정을 술회 한 것이지만 동시에 공자의 고단했던 당시의 삶을 엿보게도 합니다. (중략) 광견이란 거침없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광자진취(狂者進取) 견자유소불위(狷者有所不爲)’라고 했습니다. 뜻이 높고 작은 일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을 뜻합니다. 실제로 공자는 삼환(三桓)의 참주(僭主)정치를 반대하다가 망명하게 됩니다. - p.91
무신불립(無信不立),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는 국경 개념이 없어 이동이 자유롭습니다. 임금이 신망이 있으면 백성들이 몰려옵니다. 공자는 인(仁)이란 ‘근자열(近者說) 원자래(遠者來)’라고 합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기뻐하고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 인이라고 했습니다. - p.92
절용애인(節用愛人), 물건을 아껴 쓰고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경우 애민(愛民)이 아닙니다. 사민이시(使民以時), 백성을 부릴 때는 때 맞춰서 부려야 한다. 농사철인가 아닌가를 잘 봐서 부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인(使人)이 아닙니다. - p.93
군군신신(君君臣臣),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예론(禮論)은 공자의 보수적 사회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자가 증오했던 참주 정치를 반대하는 광견의 개혁적 사상이기도 합니다. - p.94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마라. (중략) ‘양고심장약허(良賈沈藏若虛) 양고(良賈), 좋은 상인은 좋은 물건을 겉으로 드러내 놓지 않고 심장(沈藏), 깊이 감춰 둔다. 약허(若虛), 없는 듯이 하는 법이다. 그리고 교기(驕氣), 다욕(多欲), 태색(態色), 음지(淫志)를 버리라고 충고합니다. - p.95
『논어』는 인간의 발견이었습니다. 『논어』의 인간관계 담론 한두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맹지반(孟之反)은 불벌(不伐), 자랑하지 않는다. 분이전(奔而殿), 패주(奔)할 때는 늘 전(殿)한다. 전(殿)이란 패주하는 대열의 후미에서 병사들을 수습하는 일입니다. 추격병에게 노출돼 있는 위험한 자리입니다. 이윽고 성에 이르러 성문을 들어서면서 그제야 화살을 뽑아 말을 채찍질하며 하는 말이 비감후야(非敢後也), ‘내가 감히 위험한 후미에 뒤처지려고 하지 않았는데 말이 달리지 않아서 뒤처졌네’ 했다는 것입니다. - p.97
위나라 대부 영무자(甯武子)는 나라에 도가 있으면(有道) 지혜로웠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無道) 어리석었다. 그의 지혜로움은 누구나 따를 수 있으나, 그의 어리석음(기우其愚)은 불가급(不可及), 감히 따를 수가 없었다. 지혜롭기보다는 어리석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입니다. - p.97
“임금에게 바른말을 하는 신하가 없으면 임금은 올바름을 잃게 되고, 선비에게 배움의 벗이 없으면 선비는 들을 귀를 잃게 된다네. 나무도 새끼줄을 매어 둠으로써 비로소 곧게 자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에는 채찍이, 활에는 도지개가 필요하듯이, 사람에게도 방자한 성격을 바로잡기 위한 가르침이 꼭 필요한 것이라네. 틀을 바로 잡고 갈고 닦으면 그제야 비로소 유용한 재목이 되는 법이라네.” - p.99
공자와 「논어」의 세계가 어떤 것이라고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만 군자는 원래 궁하다는 신념과 천둥 번개 속에서 묵묵히 앉아서 묵상하는 광경은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한마디로 공자의 인간학입니다. 인간에 대한 성찰이면서 인간의 존엄에 대한 고결한 자부심입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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