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서 하 기/읽은책 발췌 1

담론(신영복) 읽고 발췌 - 3

물빛향기 2020. 2. 17. 21:54

담론(신영복) 읽고 발췌 - 3

 

4. 손때 묻은 그릇 (p.57 ~ 75)

 

시경초사: 우리가 갇혀 있는 협소한 인식틀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경의 사실성과 초사의 낭만성, 문사철의 추상력과 시서화악의 상상력을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과 품성을 기르는 것이 공부라고 했습니다. - p.57

 

고전은 옛날 책 - 무왕불복(無往不復), 가기만 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는 과거란 없습니다. 고전은 오래된 미래입니다. 현재 속에는 과거가 있고, 그리고 미래는 이 현재가 변화함으로써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쉽게 변하지 않는 부분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 p.58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인생이 있습니다. 각각 다른 인생행로를 걸어갑니다. 그러나 비슷한 인생행로가 의외로 많습니다. 세상의 변화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많은 경로를 비슷한 것끼리 묶을 수 있습니다. - p.61

 

주역독법의 관계론에 네 가지 독법 - (), (), (), ()

() = ()의 자리입니다. 양효(陽爻)는 능동적으로 운동하고, 음효(陰爻)는 수동적으로 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략) 양효, 음효라는 효 자체의 존재성보다는 효가 처해 있는 자리와의 관계를 중시합니다. 그래서 관계론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존재보다는 관계를 중시합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처지를 바꾸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 p.63

 

() = 바로 옆에 있는 효와 음양 상응(相應)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바로 이웃하고 있는 효와의 관계를 보는 것입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 p.65

 

() = 하괘(下卦)의 초효(初爻)와 상괘(上卦)의 초효, 즉 초효와 제4효의 음양 상응을 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2효와 5, 3효와 상효의 상응 관계를 봅니다. ()가 바로 이웃한 효와의 관계를 보는 것임에 비해서 응()은 하괘와 상괘의 상응 관계를 보는 것입니다. 관계성의 폭을 조금 더 넓게 보는 것입니다. - p.65

 

() = 하괘의 중과, 상괘의 중을 중시하는 독법입니다. 왜 제일 위에 있는 상효(上爻)나 초효를 중시하지 않고 가운데를 중시하는가에 대하여 무심하지 않아야 합니다. (중략) 가운데란 앞뒤, 좌우로 참 많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중략) 생명의 본질은 안정감입니다. 안정감은 우호적 관계 속에서 느끼는 것이기도 합니다. 노인들이 늘 충고하기를 중간만 가라고 합니다. ‘모나면 정 맞는다고 합니다. - p.66

 

 

5. 톨레랑스에서 노마디즘으로 (p.76~88)

 

논어는 망명 중에 그리고 망명 후 향리에서 제자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대화록입니다. 물론 공자 당시에는 논어란 책이 없었습니다. 공자 사후 100년 이후에 공자 학단에서 만든 책이라는 것이 통설입니다. - p.77

 

화동(和同)담론은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를 줄여서 붙인 이름입니다. 이 구절의 일반적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군자는 화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으며, 소인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화목하지 못한다.” 이 풀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올바른 해석이 못 됩니다. - p.78

 

평화 공존을 주장하고 흡수합병이라는 패권적 국가 경영을 반대하는 유가 학파의 정치사상이 화동 담론입니다. - p.79

 

관중이 ()이 군답지 못하고 신()이 신답지 못해서 세상이 지금 이렇게 어지러운 것입니다.” - p.81

 

이 비읍은 자치를 허용하고 대신 세금을 바치게 합니다. 군주는 막강한 병력을 거느리고 이 지역을 순행합니다.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지 않는 비읍이나 모반의 위험이 있는 비읍들은 철저하게 유린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매장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국가를 읍제국가(邑制國家)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후국 간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읍과 도읍만으로는 군사력과 경제력에 한계를 느낍니다. 비읍을 직접 통치하에 둡니다. 그러한 변화를 읍제국가에서 영토국가(領土國家)로의 변화라고 합니다. - p.82

 

자주와 개방이라는 두 개의 축입니다. 자주는 우리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국가를 지키는 것이고, 개방은 세계와의 소통을 긴밀히 하는 것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중국 대륙이 분열과 혼란을 거듭하던 시기에 고조선이 광대한 강역을 만들어 냅니다.

  (p.87)  (중략)  톨레랑스를 넘어 탈주하는 노마디즘이며 그리고 오늘날의 패권적 질서 이후를 고민하는 탈근대 담론이기도 합니다. - p.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