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서 하 기/읽은책 발췌 1

밀크맨 - 애나번스 - 네 번째(마지막)

물빛향기 2020. 1. 2. 21:27

밀크맨 읽기 : 네 번째(마지막) (p.324~492 끝)

 

   나에 대한 소문이 나를 앞질러 갈까봐서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소문이 나를 앞서간다면 그건 오직 이웃 사람들이 소문을 만들어 퍼뜨렸기 때문이다. 애초에 밀크맨이 나를 그런 자리에 갖다놓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면 자기도 아는 그 사람의 정부 어쩌고 하는 소문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다가 이곳은 의심, 추측, 부정확에 열광하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제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것도 불가능한 곳이라 뭐라 말하건 무조건 그게 진리가 되었다. - p.324

 

   오년 전까지만 해도 수색영장 없이 수색하고 체포영장 없이 체포하고 기소 없이 감금하고 재판 없이 투옥하고 태형으로 처벌하고 교도소 면회를 금지하고, 영장 없이 체포당하고 기소 없이 감금당하고 재판 없이 투옥당하여 교도소에서 사망한 사람의 죽음을 조사하지 못하게 금지했던 나라가 어디인가? - p.330

 

   누군지는 몰라도 독을 먹은 사람이 불쌍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가장 오래된 친구한테 알약소녀 동생이 독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와 비슷한 불쌍한 느낌이었다. 이때에도 거리를 두고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 안타까움, 정말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안타까움이었는데, 그 순간 벼락 맞은 듯 독을 먹은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걸 깨달았다. - p.331

 

   문제 여성들은 알약소녀가 젠더 불평등이라는 문제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부당함을 다 끌어들여 광기를 은폐한다고 말했다. 광기를 감추려고 다른 사람들이 교육, 직업, 가정생활, 성 생활, 종교, 건강, 포식, 단식, 육아, 독립 투쟁, 정부 행정 등 온갖 것을 내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다만 이 불쌍한 여자는 그걸 집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 하는 것일 뿐이라고 문제 여성들은 결론을 내렸다. - p.332

 

   평범한 살인은 섬뜩하고 불가해한 것이고 여기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종류의 살인이다. 이곳 사람들은 그런 살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분류하고 토론해야 할지 몰랐다. 이곳에서는 정치적 살인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 p.335

 

   진짜 밀크맨은 페기가 아니라면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연유로 진짜 밀크맨의 별명이 생겨난 거라고 엄마는 말했다. - p.358


   진짜 밀크맨은 요령껏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때에도 엄격하고 의식 있고 굽히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래서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남자로 불리게 되었다는 게 우리가 듣고 자란 설명이었다. 물론 진짜 밀크맨이라는 다른 이름도 있었지만 이 이름은 나중에 나와 사귄다고들 하는 그 사람과 구분하기 위해서 붙은 이름이었다. - p.359

 

   사랑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해서 저 밖에 사는 누가 보았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전혀 안 맞는 사람들끼리 저렇게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할 만한 경우 말이다. - p.362

 

   이곳 공동체는 그럴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크고 지속적인 행복을 바라는 것은 과도한 일로 봤다. 그래서 의심, 죄책감, 후회, 두려움, 절망, 원망 속에서 끔찍한 자기희생을 치르며 결혼하는 것이 이곳에서는 암묵적인 필수 코스였다. - p.363

 

   힘든 날만이 아니라 언제나 꾸준한 타인에 대한 공포는 정말 인정사정없었다. 알약소녀 동생은 편지가 쌍방으로 오간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까 내면의 반대세력이 용감한 반격을 펼쳐 공포의 상황을 극복하고 탈취해 희망적 결론으로 이끌지 않았다는 말이다. - p.377


   진짜 밀크맨이 총에 맞은 것, 진짜 밀크맨이 총에 맞았기 때문에 엄마가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된 것, 내가 독을 먹은 것, 알약소녀가 살해된 것, 밀크맨이 나를 점점 더 압박해온다는 것 밀크맨의 존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 p.397

 

   이건 아주 저급하고 더럽고 비겁하고 역겹고 추악한 공격이었다. 내가 누구에게도, 설령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물 건너의 전형적인 블로어 벤틀리 과급기를 집에 보관하고 있고 논란의 물 건너국가의 국기를 하나가 아니라 산더미처럼 가지고 있더라도 하지 않을 말이었다. - p.405

 

   밀크맨의 승합차 안에서, 밀크맨이 시동을 끄고 어둠속에서 나를 돌아보았다. 마침내 시선, 길고 느린 시선이 느껴졌다. 비로소 그는 보는 것을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이제 나는 성공이고 완수이고 소유물이니까. 대신 이번에는 내가 앞쪽만 바라봤다. (중략) 내가 아름답다고 했고, 내가 아름다운 줄 아느냐고 물었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계획을 세웠다고, 어디 좋은 데 가서 좋은 걸 하자고, 첫 번째 데이트 때 깜짝 놀랄 만큼 좋은 곳에 데려가겠다고 했다. - p.424~425

 

   나는 밀크맨과의 소문 때문에 전보다 더 깊이 안으로 들어가 꽁꽁 닫힌 상태였지만 그래도 그때 언니가 얼마나 자의식이라고는 없이 속을 다 드러내는지는 훤히 볼 수 있었다. 언니는 이 일이 나에게 교훈을 주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밀크맨의 정치적 위치 때문이 아니었다. 밀크맨을 죽인 사람의 정치적 위치 때문도 아니었다. 그런 것은 아무 상관 없었다. - p.426~427


   헤드라인 기사에 밀크맨의 죽음뿐 아니라 다른 내용도 있었다. 밀크맨과 그 이전에 밀크맨으로 오인된 여섯명이 총에 맞고 난 이제야 밀크맨의 신상이 공개됐는데, 나이, 거주지, 아내, 자식 등과 함께 밀크맨의 이름이 정말로 밀크맨이라는 사실도 밝혀져 있었다. 충격적인 일었다. - p.430~431

 

   남자이면서 여자 화장실에 들이닥쳤기 때문이었다. 여성의 연약함과 예민함과 민감함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았고 예의가 없었고 기사도도 없었고 정중함도 명예도 없었다. 기본적으로 매너가 없었다. (중략) 그래서 지금 그 대가가 치러지고 있었다. 이 대가를 치르고 나면 여자들은 곧 같이 온 남자들에게 말할 것이고 그러면 아무개 아들은 추가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 p.439

 

   여성 문제는 혼란스럽고 까다롭고 아주 빌어먹게 성가신 문제였는데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씩 뒷마당 헛간에서 만나는 모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문제 여성들은 완전히 맛이 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p.440


   핵소년의 엄마는 물론 아무개 아들 아무개의 엄마이고 폭탄이 터져서 죽은 가장 사랑받는 아들의 엄마이고 그 무렵 창문 밖으로 떨어진 가엾은 아이의 엄마였다. 하지만 핵소년의 엄마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데 핵소년이 이해할 수는 없으나 아무튼 극적인 원자력 공포와 자살 유서로 사람들의 의식에 강력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 집안 나머지 사람들은 죽었건 살았건 핵소년만큼 관심을 끌지 못했다. 사실 아무개 아들 아무개를 제외하고 다른 살아남은 식구들은 모두 핵소년과의 관계에 따라 지칭되었다. - p.464

 

   정의의 사나이, 테러리스트 국가의 암살단에 추적당하고 함정에 빠져 비겁한 방식으로 살해당한 반대자 영웅 밀크맨. - p.483

 

   형부는 여자를 숭배하고 여자의 신성을 믿고 여자가 우월한 존재이자 생명의 신비라고 믿으면서도, 여성에게 가해지는 학대 중에서 자기가 강간이라고 부르는 것을 제외한 다른 것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형부는 강간을 하위범주로 구분하지 않았다. - p.490

 

   우리는 작은 대문을 열고 닫고 할 것도 없이 작은 산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었고 나는 초저녁의 빛을 들이마시며 빛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부드러워진다고 부를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수지 공원 방향으로 가는 보도 위로 뛰어내리면서 나는 빛을 다시 내쉬었고 그 순간, 나는 거의 웃었다. - p.492


읽고 난 뒤 :

       공포. 타인의 대한 공포가 있는 공동체, 개인.

       알약 소녀의 동생,,,   셋째 오빠의 등장,,,   읽을수록 복잡하고 난해하다. 

       밀크맨의 총에 맞는 사건과 밀크맨의 행동들,,,   충격과 놀라움.

       밀크맨의 이름이 정말로 밀크맨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충격적이 일어나고,,, 

       주인공이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공원 방향으로 가는 보도 위로, 빛을 다시 내쉬었고, 웃으면서 달린다.

    

 

애나 번스의 <밀크맨>

--- 1970년대 북아일랜드의 분쟁 동안, 어느 한 지역에서 열여덟 살 젊은 여성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있고, 인물과 장소의 고유명사가 없이, 소설의 배경도 현실이 아닌, 과거의 상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쓰여진 것 같다폭력, 억압 속의 생활, 밀크맨의 불륜, 일상적인 폭력과 감시에 항의하는 것, 상도를 벗어난 일을 이야기,,,   소설을 읽으면서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답답할 때가 많았지만, 고백으로 시작해서 폭력, 억압, 의문과 끝내 힘주어 내뱉는 화자의 말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