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서 하 기/읽은책 발췌 1

담론(신영복) 읽고 발췌 - 1

물빛향기 2020. 2. 15. 21:53

담론(신영복) 읽기 발췌 - 1

 

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

 

1. 가장 먼 여행 (p.13 ~ 22)

 

강의는 사람과 삶의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사람(人間)과 삶(世界)에 관한 인문학적 담론입니다. - p.13

 

계몽주의는 상상력을 봉쇄하는 노인 권력입니다. 생생불식(生生不息),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온고(溫故)보다 창신(創新)이 여러분의 본령입니다. 그리고 강의라는 프레임도 허물어야 합니다. …… 문제 중심이어야 하고 정답이 있어야 합니다. 개념과 논리 중심의 선형적 지식은 지식이라기보다 지식의 파편입니다. 세상은 조각 모음이 아니고 또 줄 세울 수도 없습니다. - p.15

 

추억은 세월과 함께 서서히 잊혀 가다가 어느 날 문득 가슴 찌르는 아픔이 되어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계몽주의의 모범과 강의 프레임은 이 모든 자유와 가능성을 봉쇄합니다. 이탁오는 사제(師弟)가 아니라 사우(師友) 정도가 좋다고 합니다. 친구가 될 수 없는 자는 스승이 될 수 없고 스승이 될 수 없는 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 사각사각 연필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교실의 경험, 대단히 특별합니다. 뿐만 아니라 함께 읽는다는 것은 참 많은 것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 p.16

 

공부는 한자로 工夫라고 씁니다. ‘은 천()과 지()를 연결하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는 천과 지를 연결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공부란 천지를 사람이 연결하는 것입니다. 갑골문에서는 농기구를 가진 성인 남자로 그려져 있습니다. 인문학(人文學)의 문()은 문()과 같은 뜻입니다. 자연이란 질료(質料)에 형상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사람()이 한다는 뜻입니다. 농기구로 땅을 파헤쳐 농사를 짓는 일이 공부입니다. (중략) 공부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세계는 내가 살아가는 터전이고 나 또한 세계 속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란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한 공부입니다. 자연, 사회, 역사를 알아야 하고 나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공부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입니다. 세계 인식과 자기 성찰이 공부입니다. …… 공부는 고생 그 자체입니다. 고생하면 세상을 잘 알게 됩니다. 철도 듭니다. 이처럼 고행이 공부가 되기도 하고, 방황과 고뇌가 성찰과 각성이 되기도 합니다. - p.18

 

공부의 시작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강의도 여기서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갇혀 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 - p.19

 

공부는 우리를 가두고 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망치로 깨뜨리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 공부의 시작입니다. …… 공부는 세계 인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 공부이고 공부가 삶이라고 하는 까닭은 그것이 실천이고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 p.20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종류의 사람밖에 없다고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그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에 자기를 잘 맞추는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게도 세상을 사람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역설적인 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세상이 조금씩 변화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진정한 공부는 변화와 창조로 이어져야 합니다. (중략) 인류 문명의 중심은 항상 변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리엔트에서 지중해의 그리스 로마 반도로, 다시 알프스 북부의 오지에서 바흐, 모차르트, 합스부르크 600년 문화가 꽃핍니다. 그리고 북쪽 바닷가의 네덜란드와 섬나라 영국으로 그 중심부가 이동합니다. 미국은 유럽의 식민지였습니다. 중국은 중심부가 변방으로 이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변방의 역동성이 끊임없이 주입되었습니다. - p.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