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서 하 기/읽은책 발췌 1

담론(신영복) 읽고 발췌 - 6

물빛향기 2020. 2. 23. 21:55

담론(신영복) 읽고 발췌 - 6

 

8. 잠들지 않는 강물 (p.121~137)

 

노자 = 무위(無爲)와 상선약수(上善若水)

 

삼십폭공일곡(三十輻共一轂)’은 수레의 바퀴살 30개가 한 개의 홈통()에 모여 있다는 뜻입니다. (중략) 30개의 바퀴살이 공일곡(共一轂), 하나의 홈통에 모여 있는데 당기무(當其無), 그 없음에 당해서 유거지용(有車之用), 수레로서의 쓰임새가 생긴다. ()이라는 것이 허브(hub), 홈통입니다. 이 홈통이 비어 있어서 축을 끼울 수 있고 그래서 수레가 된다는 것입니다. (중략) (-)란 그냥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의 근본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입니다. 세상은 무()와 유()가 절묘하게 조화되어 있는 질서라는 것이 노자의 생각입니다. 그 무()의 최대치가 바로 자연입니다. - p.123

 

노자 철학을 압축하여 인법지(人法地) 지법천(地法天) 천법도(天法道)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人法地), 땅은 하늘을 본받고(地法天), 하늘은 도를 본받는다(天法道)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천지인의 법칙인 도()가 본받는 것이 바로 자연입니다. 도법자연(道法自然)입니다. 최고의 궁극적 질서가 자연입니다. 노자 철학의 근본은 궁극적 질서인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돌아간다는 것은 그것에 발 딛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고층 건물에서 내려와 땅 위에 발 딛고 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 p.125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이 말없이 가르쳐야(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는 것입니다. 이어서 간섭하지 말고 (부사不辭), 생산했더라도 소유하지 말고(생이불유生而不有), 자랑하지 말고(부시不恃), 공을 이루었더라도 그 공에 거하지 말 것(불거弗居)을 주장합니다. 공로에 거하지 않음으로써 쫓겨나지 않는다(불거不去)는 것입니다. - p.128

 

상선약수란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입니다. 최고의 선 즉 상선(上善)은 지금까지 논의한 바와 같이 자연이고 도()입니다. 그러나 자연이나 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입니다. 굳이 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도무수유(道無水有), 도는 보이지 않고 보이는 것 중에서 도와 가장 비슷한 것이 바로 물이기 때문입니다. - p.131

 

노자가 강물을 최고의 선이라고 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수선리만물(水善利萬物)입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물이 곧 생명입니다. 둘째 부쟁(不爭)입니다. 다투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은 다투지 않습니다.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 흐르는 물은 선두를 다투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이 가로막으면 돌아가고 큰 바위를 만나면 몸을 나누어 지나갑니다. 웅덩이를 만나면 다 채우고 난 다음 뒷물을 기다려 앞으로 나아갑니다. 절대로 무리하지 않습니다. 물이 흘러가는 모양이 부쟁(不爭)의 전형입니다. 셋째 처중인지소오(處衆人之所惡)입니다.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기 때문에 상선(上善)입니다. 싫어하는 곳이란 낮은 곳, 소외된 곳입니다. 물은 높은 곳으로 흐르는 법이 없습니다.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 p.133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당당하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관대한 사람과 반대로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비굴하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오만한 사람입니다. 이 두 종류의 사람밖에 없다고 합니다. (중략) 연대는 물처럼 낮은 곳과 하는 것입니다. 잠들지 않는 강물이 되어 바다에 이르는 것입니다. 바다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 p.135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것이며 평화로운 시대에는 잘 달리는 말이 밭을 갈고, 무도한 시대에는 전마가 전장에서 새끼를 낳는다고 하여 전쟁의 참상을 눈앞에서 보듯 서술하고 있습니다. (중략) 연대는 전략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라는 사실입니다. 산다는 것은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그리고 사삼들과의 만남이 연대입니다. 관계론의 실천적 버전이 연대입니다. -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