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신영복) 읽고 발췌 - 8
11. 어제의 토끼를 기다리며 (p.171~192)
법가 = 제자백가의 공리공담과 낡은 생각을 비판함.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일화. = 송나라의 농부가 밭을 갈고 있는데, 급하게 달려오던 토끼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 절경이사(絶頸而死), 목이 부러져서 죽었습니다. 그 이튿날 농부는 밭일은 하지 않고 또 토끼가 와서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수주대토, 나무 그루터기를 지키고 앉아서 토끼를 기다린다는 우화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제 일어났던 일이 오늘도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자백가들을 풍자한 것입니다. - p.172
법가 사상은 전국시대의 사상입니다. (중략) 군주는 권력을 장악해야 하고 위세가 있어야 하고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요순(堯舜)같이 어진 임금으로는 난세를 평정할 수 없습니다. 법가 사상은 제왕학이고 군주론입니다. - p.174
“항상 강한 나라도 없고 항상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받드는 것이 강하면 나라가 강해지고, 법을 받드는 것이 약하면 나라가 약해진다.” - 법 지상주의. - p.175
법가 사상은 포괄적입니다. 조직론, 수뇌론(首腦論), 통치론, 행정학까지 아우르는 정치학에 가깝습니다. 물론 핵심은 법 지상주의입니다. ‘예불하서인(禮不下庶人) 형불상대부(刑不上大夫)’는 서주(西周) 시대 이래 널리 통용된 형 집행 원칙입니다. 예(禮)는 서민들에게 내려가지 않고, 반대로 형(刑)은 대부에게 올라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부 이상의 귀족 계급은 예로 다스리고 서민들은 형으로 다스린다는 뜻입니다. 예로 다스릴 계층과 형으로 다스릴 계층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법가는 이러한 차별을 철폐합니다. 대부든 서인이든 똑같이 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법가의 원칙입니다. 유가는 서인들까지도 예로 다스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법가는 이러한 유가를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하고, 유가는 법가를 가혹하다고 했습니다. - p.176~177
간디가 열거하는 ‘나라를 망치는 7가지 사회악’이 있습니다.
원칙 없는 정치 Politics without principle
노동 없는 부 Wealth without work
양심 없는 쾌락 Pleasure without conscience
인격 없는 교육 Knowledge without character
도덕 없는 경제 Commerce without morality
인간성 없는 과학 Science without humanity
희생 없는 신앙 Worship without sacrifice - p.191
한비자의 망국론(亡國論) - 한비자가 밝힌 나라의 쇠망을 알려주는 징표 10가지.
첫째, 법을 소홀히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 정치는 어지럽게 두면서 나라 밖 외세만을 의지한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둘째, 신하들은 쓸모없는 학문만을 배우려 하고, 귀족의 자제들은 논쟁만 즐기며, 상인들은 재물을 나라 밖에 쌓아 두고, 백성들은 개인적인 이권만을 취한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세째, 군주가 누각이나 연못을 좋아하며, 수레나 옷 등에 관심을 기울여 국고를 탕진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네째, 군주가 간언하는 자의 벼슬 높고 낮은 것에 근거해서 의견을 듣고, 여러 사람 말을 견주어 판단하지 않으며, 어느 특정한 사람만 의견을 받아들이는 창구로 삼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다섯째, 군주가 고집이 세서 화합할 줄 모르고, 간언을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며, 사직은 돌보지 않고 제 멋대로 자신만을 위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여섯째, 다른 나라와의 동맹이나 원조를 믿고 이웃 나라를 가볍게 보며, 강대한 나라의 도움만 믿고 가까운 이웃 나라를 핍박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일곱째, 나라 안의 인재는 쓰지 않고 나라 밖에서 사람을 구하며, 공적에 따라 임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판에 근거해서 뽑고, 나라 밖의 국적을 가진 이를 높은 벼슬자리에 등용해 오랫동안 낮은 벼슬을 참고 봉사한 사람보다 위에 세우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여덟째, 군주가 대범하거나 뉘우침이 없고, 나라가 혼란해도 자신은 재능이 많다고 여기며, 나라 안 상황에 어둡고 이웃 적국을 경계 하지 않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아홉째, 세도가의 천거를 받은 사람은 등용하면서 나라에 공을 세운 장수의 후손은 내쫓기고, 시골에서의 선행은 발탁되면서 벼슬자리에서의 공적은 무시되며, 개인적인 행동은 중시되면서 국가에 대한 공헌이 무시된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열째,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있는데 대신들의 창고는 가득 차 있고, 나라 안의 백성들은 가난한데 나라 밖에서 들어온 이주자들은 부유하며, 농민과 병사들은 곤궁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득을 얻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 p.191~192
중간정리 대비와 관계의 조직 (p.193~201)
<가장 먼 여행> : 세계 인식과 인간 이해가 공부라고 했습니다. ‘시(詩)’ : 인식틀의 중요성에 관해서 이야기하면서 문학서사 양식에 갇혀 있는 우리의 세계 인식틀을 반성하자고 했습니다. ‘『주역』독법’ : ‘관계론’, 탈근대의 전략 개념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 춘추전국시대의 고전 담론은 고대국가 건설 담론이며 우리의 강의에서는 당연히 세계 인식의 장에 배치될 수 있다. - p.193
양심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양심은 화동 담론에서 이야기했듯이 동(同)이 아니라 화(和)입니다. 톨레랑스가 아니라 노마디즘이며 화화(和化)입니다. 자신의 존재론적 한계를 자각하고 스스로를 바꾸어 가기를 결심하는 변화의 시작입니다. 탈주이고 새로운 ‘관계의 조직’입니다. - p.197~198
정체성이란 내부의 어떤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를 적극적으로 조직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입니다. 정체성은 본질에 있어서 객관적 존재가 아니라 생성(being)입니다. 관계의 조직은 존재를 생성으로 탄생시키는 창조적 실천입니다. 그리고 생성은 화화(和化)의 경로를 따라 탈주하는 것입니다. 탈주는 끊임없는 해체와 새로운 조직입니다. (중략) ‘사이존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시간(時間), 공간(空間), 인간(人間) 등 세상의 모든 존재는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것과의 ‘사이’〔間〕가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이 사이존재는 존재론을 뛰어넘으려는 구상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이게도 ‘사이’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존재가 됩니다. … ‘관계의 조직’은 바로 관계의 의미를 보다 심화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모든 존재는 관계가 조직됨으로써 생성됩니다. 그리고 생성은 생성 자체의 본질에 따라 변화와 탈주를 시작합니다. - p.198~199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가 『레미제라블』에서 한 말입니다. “땅을 갈고 파헤치면 모든 땅들은 상처받고 아파한다.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 피우는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중략) 아름다운 꽃은 훨씬 훗날의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하물며 열매는 더 먼 미래의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씨앗과 꽃과 열매의 인연 속 어디쯤 놓여 있는 것이지요. 고전의 아득한 미래가 바로 지금의 우리들인지도 모릅니다. 그 미래 역시 아직은 꽃이 아니라고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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