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칼 세이건) 읽기 : 2일차(p.35~61발췌)
1.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p.35)
네가 넓은 땅 위를 구석구석 살펴 알아보지 못한 것이 없거든, 어서 말해 보아라. 빛의 전당으로 가는 길은 어디냐?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곳은 어디냐? - 욥기 (p.35)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정관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p.36)
인류는 영원 무한의 시공간에 파묻힌 하나의 점, 지구를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주제에 코스모스의 크기와 나이를 헤아리고자 한다는 것은 인류의 이해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사는, 우주적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볼 때 중요키는커녕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인류는 아직 젊고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충만하며 용기 또한 대단해서 ‘될 성 싶은 떡잎’임에 틀림이 없는 특별한 생물 종이다. (p.36~37)
코스모스를 거대한 바다라고 생각한다면 지구의 표면은 곧 바닷가에 해당한다. ‘우주라는 바다’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거의 대부분 우리가 이 바닷가에 서서 스스로 보고 배워서 알아낸 것이다. (p.37)
인간은 근원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간절하게 품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이러한 갈망이 미지의 신들의 심기를 불편케 할지언정 그것을 불경스럽다고만 탓하지 말자. (p.38)
지구는 우주에서 결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장소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전형적인 곳은 더더욱 아니다. 행성이나 별이나 은하를 전형적인 곳이라 할 수 없는 까닭은 코스모스의 대부분이 텅 빈 공간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스에서 일반적인 곳이라 할 만한 곳은 저 광대하고 냉랭하고 어디로 가나 텅 비어 있으며 끝없는 밤으로 채워진 은하 사이의 공간이다. 그 공간은 참으로 괴이하고 외로운 곳이라서 그곳에 있는 행성과 별과 은하 들이 가슴 시리도록 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p.38~39)
은하는 기체와 티끌과 별로 이루어져 있다. 수십억 개에 이르는 별들이 무더기로 모여 은하를 이룬다. 별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태양일 수 있다. (p.40)
우리의 목표는 지구이므로 은하수 은하의 가장자리, 나선 팔의 한쪽 끝, 은하 변두리의 이름 없는 장소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p.42)
별들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내지만, 어떤 별은 하도 뜨거워서 액스선이나 전파를 내기도 한다. (중략) 우리 은하 안에 4000억 개 정도 있다. 이 별들이 복잡하면서도 질서정연하고 우아한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 많은 별들 중에서 지구인들이 가까이 알고 지내는 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태양 하나뿐이다. (p.43)
지구는 광막한 우주의 미아이며 무수히 많은 세계 중의 하나일 뿐이다. 자구가 우리에게만 의미심장한 곳일지 모르겠지만, 어쩌랴 우리의 보금자리요 우리를 길러 준 부모가 지구인 것을, 이곳에서 생명이 발생하여 진화했으며, 인류도 이곳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지내고 성년으로 자라는 중이다. 인류는 코스모스 탐험의 열정을 키웠으며 아무런 보장 없이 고통스러운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p.45~46)
행성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푸른 질소의 하늘이 있고 바다가 있고 서늘한 숲이 펼쳐져 있으며 부드러운 들판이 달리는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구는 생명이 약동하는 활력의 세계이다. 지구는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고 귀한 세상이다. 지구는 이 시점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유일한 생명의 보금자리이다. 우리는 공간과 시간을 헤쳐 우주를 두루 돌아다녔다. 그렇지만 코스모스의 물질이 생명을 얻어 숨을 쉬고 사물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곳은 이곳 이외에는 아직 찾을 수가 없었다. (중략) 위대한 탐험은 바로 여기, 지구에서 시작될 것이다. (p.46)
인류는 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잠시 지구라 불리는 세계에 몸을 담고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의 원초적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감히 그 기나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고자 하는 것이다. (p.46~47)
인류 문명사에서 중요한 것들은 대체로 고대 근동 지역에서 발견되고 만들어졌다. (중략) 알렉산드리아에는 에라토스테네스라는 인물이 살고 있었다. 그를 시기하고 경쟁의 상대로 여겼던 어떤 사람은 그를 “베타”라고 불렀다고 한다. (중략) 에라토스테네스는 무슨 일을 하든 그 분야에서 여지없이 세계 둘째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베타라는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손을 댄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는 ‘베타’가 아니라 아주 확실한 ‘알파’였다. (중략) 그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책임진 도서관장이었다. (p.47)
지구 둘레 전체가 360도이므로, 7도는 전체의 50분의 1정도다. (중략) 에라토스테네스가 사용한 도구라고 할만한 것은 막대기, 눈, 발과 머리 그리고 실험으로 확인코자 하는 정신이 전부였다. 그 정도만 가지고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의 둘레를 겨우 몇 퍼센트의 오차로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p.50)
미지의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선원들은, 낯익은 별자리들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혔을 것이다. 별은 탐험가의 벗이다. 별은 예전에 지구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도움을 주었듯이, 지금도 우주의 바다로 나선 우주선에 힘이 되어 준다. (p.51)
인류가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다른 세계로 용감히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p.53)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황량하고 외딴 지역이라도 찾아가서 탐사할 수 있게 되었다. (중략) 현대는 인간이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우주로 과감히 나아가 지구 이외의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한 위대한 시대이다. (p.54)
코스모스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 어이며 카오스(Chaos)에 대응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라는 단어는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내포한다.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지고 돌아가는지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이 이 단어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p.56)
히파르코 : 별자리의 지도를 작성하고 별의 밝기를 추정.
유클리드 :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다. 기하학을 명쾌하게 체계화한 사람.
트라키아의 디오니시우스 : 언어학에서 말의 품사를 정의하고 언어학의 체계를 확립.
헤로필로스 : 생리학자 - 지능이 심장이 아니라 두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증명.
알렉산드리아의 헤론 : 톱니바퀴 열차와 증기 기관을 발명하고 로봇에 관한 최초의 책『오토마타』저술.
페르가의 아폴로니우스 : 타원, 포물선, 쌍곡선이 원추곡선임을 밝힌 수학자.
아르키메데스 :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등장하기 이전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천재적인 공학자.
프톨레마이오스 : 천문학자, 지리학자 - 오늘날의 사이비 과학이라 할 점성술을 수집하여 정리.
- 지구 중심 우주관이 천동설이 1,500년 동안 맹위를 떨쳤다.
마지막 등불을 지킨 여인 히파티아 : 수학자, 천문학자 - 도서관이 파괴되고 약탈당할 때 함께 순사함.
(p.57 ~ 58)
고대인들은 세계가 아주 오래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먼 과거까지 들여다보고자 했던 것이다. (중략) 인류는 지구 바깥으로 나가서 우주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한 점 티끌 위에 살고 있고 그 티끌은 그저 그렇고 그런 별의 주변을 돌며 또 그 별은 보잘 것 없는 어느 은하의 외진 한 귀퉁이에 틀어 박혀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의 존재가 무한한 공간 속의 한 점이라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찰나의 순간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p.60)
우주 어딘가에서 우리보다 지능이 더 높은 생물을 찾을 때까지, 우리 인류야말로 우주가 내놓은 가장 눈부신 변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대폭발의 아득히 먼 후손이다.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코스모스를 알고자, 더불어 코스모스를 변화시키고자 태어난 존재이다. (p.60~61)
읽고 나서)
=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장소인 지구에서의 나, 인간의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별은 탐험가의 벗이다. 인류는 용감히 발을 내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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