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칼 세이건) 읽기 : 3일차(p.63~103발췌)
2. 우주 생명의 푸가
모든 철학 사조들 가운데 진화에 관한 생각이야말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진화 논의가 스콜라 철학에 손발이 묶인 채, 1,000년의 세월을 칠흑의 지하에서 완전히 죽어지내야 했다. (p.63)
지구 밖의 세계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있을까? 외계에 생명이 살고 있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일 것이며, 또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지상의 생물들은 모두 유기 화합물, 즉 탄소 원자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복잡한 미세 구조의 유기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생물이 생기기 이전에는 지구에도 한때 메마르고 황량했던 시기가 있었다. (p.64)
우리가 지구 생명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고 외계 생물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애쓰는 것은 실은 하나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두 개의 방편이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이다. (p.65)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하나의 우주적 필연인 것이다. 은하수 은하에 있을 수십억 개의 행성들 중에는 생명이 발붙일 수 없는 곳도 있을 것이다. 생명이 발생했다가 모두 죽어 버린 곳도 있겠고, 혹은 매우 간단한 형태에서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한 곳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외계 행성들 중에는, 지구인보다 더 발달된 고도의 지성을 소유한 존재들이 지구 문명보다 훨씬 앞선 과학 기술과 문화의 꽃을 피워 낸 곳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p.65~66)
적절하게 유지되는 온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물의 존재, 산소를 충분히 포함한 대기권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조건들이 지구에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는 듯하다. (p.66)
수천 광년 떨어진 저 먼 곳의 생명은 우리에게 어떤 형식의 음악을 들려줄 준비를 해 놓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풀피리 하나로 연주되는 지구 생명의 이 외로운 음악 하나가 우리가 우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음악일까? 우주 생물이 들려줄 음악은 외로운 풀피리 소리가 아니라 푸가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우주 음악에서 화음과 불협화음이 교차하는 다성부(多聲部) 대위법 양식의 둔주곡(遁走曲)을 기대한다. 10억 개의 성부로 이루어진 은하 생명의 푸가를 듣는다면, 지구의 생물학자들은 그 화려함과 장엄함에 정신을 잃고 말 것이다. (p.67)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가 주인으로 군림하기 시작한 것이 극히 최근의 사건이라는 사실과, 인류가 지구의 주인으로 군림하는 동안 가축이나 채소가 겪은 변화의 정도가 얼마나 컸던가를 함께 고려한다면, 생물의 변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p.72)
인위 도태 또는 인위 선택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그렇게 두드러진 변화를 초래할 수 있었다면, 수십억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자연에서 진행된 자연 도태 또는 자연 선택이 가져온 변화가 어느 정도의 규모일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p.73)
진화의 비밀을 죽음과 시간에 있다. 환경에 불완전하게 적응한 수많은 생물들의 죽음과 우연히 적응하게 된 조그마한 돌연변이를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 말이다. 유리한 돌연변이 형태들이 서서히 축적되기 위한 긴 시간이 바로 진화의 비밀이다. (중략) 단지 70년밖에 살지 못하는 생물에게 7000만 년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그것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한 찰나일 뿐이다. 하루 종일 날갯짓을 하다가는 나비가 하루를 영원으로 알듯이, 우리 인간도 그런 식으로 살다 가는 것이다. (p.79)
산소 대기의 출현으로 지구 생명사의 신기원이 세워진 것이다. (중략) 지구 대기가 산화력이 강한 대기로 성격이 바뀌자, 생물의 역사상 최대의 위기가 당시 생물들에게 닥쳐왔다. 산소의 분해력에 대처할 수 없던 생물들은 무더기로 사라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p.83)
생명의 출현은 지구와 같은 행성의 환경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화학 반응들의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생물은 30억 년이나 되는 긴긴 세월을 녹조류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p.84)
우리가 호흡 과정에서 뱉은 이산화탄소는 다시 식물에게 흡수돼 탄수화물 합성에 재활용된다. (중략) 지구 차원에서 실현되는 일종의 구강 대 기공의 인공호흡인 것이다. 그리고 이 위대한 순환 작용의 원동력이 무려 1억 5000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태양에서 오는 빛이라니! 자연이 이루는 협력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p.87)
지구 생명은 주어진 기능을 수행하는 데 최대의 경제성을 유지하는 아주 영리한 존재이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생명 현상의 뿌리에는 세포의 화학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 분자와 유전 설계도를 간직한 핵산이 잇다. (중략) 살아 있는 세포는 은하와 별의 세계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체계를 이룬다. 세포라는 이름의 이 지극히 정교한 기구는 40억 년의 긴 세월을 거치면서 힘들게 걸어온 진화의 결정이다. (중략) 세포는 어떻게 이 일을 수행하는가? 세포 안에는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물들이 미로같이 늘어져 있는데, 이것들이 세포 형태를 유지하고 한 물질을 다른 물질로 변화시키고 에너지를 저장하며 자기 복제를 준비하는 등 생명 현상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세포 안에 있는 분자 덩어리들은 거의 대부분 단백질이다. (p.88)
인간의 DNA는 10억 개의 뉴클레오티드로 연결된 두 개의 나선이 이루는 매우 긴 사다리처럼 생겼다. 다시 말해 DNA 분자는 가로대를 10억 개나 가진 긴 사다리이다. (p.90)
DNA 중합체 효소가 실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태양에서부터 오는 방사능 입자나 자외선 광자도 돌연변이의 요인이 된다. 또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높은 에너지의 우주선 입자나 주위 환경의 화학 물질 때문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p.91)
인간은 겉보기에 나무와 뚜렷하게 다르다. 의심할 여지없이 인간은 나무와는 다른 양식으로 세상을 인지한다. 그러나 생명 현상의 핵심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분자 수준에서 나무와 인간은 근본적으로 같은 화학 반응을 통하여 생명 활동을 영위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p.92)
목성 대기의 주성분은 수소, 헬륨, 메탄, 수증기, 암모니아 등이다. 이러한 분자들은 목성을 비롯한 거대 기체 행성들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기체 성분이다. (p.98)
외계 생명에 관한 단 하나의 예만 연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하나가 아무리 미미한 수준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생물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될 것이다. (중략) 우리는 외계 생명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의 생명은 우리가 추구할 궁극의 목표이다. (중략) 자 이제 저 웅장한 우주 생명의 푸가의 남은 성부들에 귀를 기울여 보자. (p.103)
읽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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