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 최승자

물빛향기 2020. 3. 15. 19:11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 최승자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그러면 내 심장 속 새집의 열쇠를 빌려드릴게요.

 

내 몸을 맑은 시냇물 줄기로 휘감아 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당신 몸속을 작은 조약돌로 굴러다닐게요.

 

내 텃밭에 심을 푸른 씨앗이 되어 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당신 창가로 기어올라 빨간 깨꽃으로

까꿍! 피어날게요.

 

엄하지만 다정한 내 아빠가 되어 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너그럽고 순한 당신의 엄마가 되어드릴게요.

 

오늘 밤 내게 단 한 번의 깊은 입맞춤을 주시겠어요?

그러면 내일 아침에 예쁜 아이를 낳아드릴게요.

 

그리고 어느 저녁 늦은 햇빛에 실려

내가 이 세상을 떠나갈 때에,

저무는 산 그림자보다 기인 눈빛으로

잠시만 나를 바래다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뭇별들 사이에 그윽한 눈동자로 누워

밤마다 당신을 지켜봐드릴게요.

 

    - 시집<즐거운 일기>(문학과 지성사, 1984)


=== '내가 이 세상에 있을 때, 당신 곁에 누워 그윽한 눈동자로 밤마다 당신을 지켜봐 드리겠노라'


나에게 시(詩)에 대해서


나에게 시(詩)에 대해 알려주세요?

그럼 내 마음에 시심(詩心)이 일어나게요.

내 마음을

아름다운 시심(詩心)으로 물들게 하소서.

아름다운 심상(心象)을 전할 수 있게요.

내 마음밭에 시심(詩心)을 심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