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시집<슬픔이 기쁨에게>(창비, 2014)
=== 너에게도 기쁨을, 사랑보다는 이젠 기쁨을, 너를 위하여 슬픔보다 기쁨을 주겠다.
어둠 속에서 너를 얼마나 불렀는데,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서,
흐르는 나의 눈물을 위해서, 무심한 너를 위해서 이젠 너에게 기쁨을 줄께.
슬픔보다는 기쁨을 주는 삶이 될께.
헤어짐의 기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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