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서 하 기/소 설 발 췌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 2

물빛향기 2020. 3. 17. 21:49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읽기 (p.97~121)


주룡은 무릎 사이에 고개를 묻으며 생각한다.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은 이렇게 쉽게…… 별히 어렵지도 않게…… 너무 어지러워 생각조차 맺어지지가 않는다. 그런 채로는 시간이 얼마나 지나는지 알 길이 없다.

장저우룽(姜周龍)!

철창 앞에서 중국 경찰이 목청을 돋운다. 주룡이 얼른 대답하지 않자 몇 번 더 부른다. 조선 사람 하나가 답답하다는 듯 주룡을 찾는다. - p.100

 

기는 것과 다름없는 느린 걸음으로 주룡은 길을 더듬어 간다. 시가에 가까워질수록 땅이 울렁거리며 올라와 덤비는 것 같은 착각에 자꾸 구역질이 난다. 먼발치에서 시가 안마당을 들여다보던 주룡은 형님과 눈이 마주친다. - p.101

 

 

문득 주룡의 머리에는 우렁이들이 떠오른다. 조왕간 바닥을 절박하게 기며 살길을 찾고 있을 것들. 제가 밟아 패각이 깨진 게 몇 마리나 돌 것인가. 숨이 아직 붙어 있으나 곧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갈 것들. 망가졌다는 것은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일 테다.

눈물을 뵈면 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생각으로 주룡은 혀를 깨물어가며 눈물을 참는다. - p.117

 

주룡은 떠날 것이다. 주인이 준 증서 대신 자기가 쓴 편지를 두고 새벽일을 나가는 척 집을 나서 들도 주인네도 아닌 먼 데로 갈 것이다. 주인이 준 증서는 잘게 박박 찢어 가는 길에 흩어놓을 것이다. 아무도 저를 모르는 곳에 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낯을 하고 살 것이다.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가슴에 번진 먹물을 손으로 가리고 주룡은 집으로 간다. - p.120~121

 

 

단상) 주룡과 전빈이 독립군에 가담해서, 생활하다가 전빈만 남고 주룡은 고향으로 돌아와서 생활하다가 전빈이 위급한 상황을 맞이하지만, 사망한다. 그로인해 시댁에서 살인죄로 주룡을 신고해 감옥에 가다.

 

주룡이 감옥살이하고 죽지 못해 부모님 계신 집으로 찾아와서 함께 생활 하다가, 다시 고향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