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공녀 강주룡 읽기(p.163~끝)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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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마나 한 말을 뭐 하러 저렇게 크게 써놓았나. 곰곰이 생각자니 요사이 파업 바람이 불어 공장 지대 곳곳에 노는 업장이 적지 않다. 파업 인파를 겨누어 쓴 말이로구나. 주룡은 그제야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파업한 다른 공장 직공들은 집으로 가지 않는다. 제 공장 근처에 진을 치고 요구 사항을 목 놓아 외치는 게 일이다. 주룡도 그렇거니와, 주룡의 동료들 중에는 아직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가 없다. 이따금 노동조합 소식 따위가 화제에 오르는 일은 있지만 관리인들 눈치에 흐지부지 중단되고 만다. - p.163~164
총파업 선봉에 이 강주룡이가 설 것이네다. 내 동지, 내 동무, 나 자신을 위하여 죽고자 싸울 것입네다.
총파업 대회는 축제와 같이 치러진다. 멋 부려 쓴 걸개를 줄지어 서서 들고 공장 지대를 행진하고, 어느 동리에서 지고 온 것인지 북과 꽹과리에 옷까지 사당패처럼 차려입은 조합원들이 연신 흥을 돋운다. 인력거는 또 어디서 난 것인가. 행진 대오 곳곳마다 파업단 간부들이 자전차 인력거 위에 올라 구호를 외친다.
고무 직공 요구 앞에 공장주는 자진하라
이천 직공 하나 되어 파업 투쟁 승리하자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자본가여 먹지도 말라 - p.181~182
<국제가>를 부릅시다, 동지들.
국제국제 국제가, 하는 선창을 시작으로 조합원 교육에서 배운<국제가)>를 부르며 행진이 계속된다.
일어나라 저주로 인 맞은 주리고 종 된 자 세계
우리의 피가 끓어넘쳐 결사전을 하게 하네
억제의 세상 뿌리 빼고 새 세계를 세우자
짓밟혀 천대받은 자 모든 것의 주인이 되리 (중략)
다음 노래는 <고무 공장 큰아기>다. 평양 사람이라면 삼척동자라도 다 부르는 노래다.
이른 새벽 통근차 고동 소리에
고무 공장 큰아기 벤또밥 싼다
하루 종일 쭈그리고 신발 붙일 제
얼굴 예쁜 색시라야 예쁘게 붙인다나
끝내 눈물이 터져 흐른다. 설움에서 나는 눈물이 아니라서 부끄럽지도 않다. 울고 있는 사람이 주룡뿐인 것도 아니다. 공장 지대를 다 돌고 출발지였던 빈터에 다시 집결한다. 강덕삼을 비롯한 평양노동총동맹 고무지회의 간부들이 연단에 올라 인사를 한다. - p.182~184
남의 이름 웃음거리 삼지 마시오. 두루주에 용룡 자입네다. 내 한 몸으로 이 세상 다 안아주는 용이 되라는 이름입네다. 언젠가 전빈이 들려준 이름 풀이를 떠올리며 주룡은 말한다. 달헌은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는다. - p.185~186
그거이 머이하는 단체입네까?
우리의 목표는 노동조합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을 계몽하고 사회 주의혁명을 앞당기는 것입니다. 주룡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신 묻는다. 기거이…… 독립군 같은 거입네까? 질문이 너무 광범위하군요.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조선의 광복이 아닙니다. 물론 사회주의자로서 나 또한 조선의 독립을 바라고 노동 해방의 일환으로서도 일제 제국주의자들을 몰아내는 것이 우선되겠지마는 사회주의혁명이란…… 말이 깁네다. 독립군은 아니고 노동해방운동을 하는 단체라는 것입니다. 어찌 되얐든 해방이란 말이디요. - p.197~198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들로 공장 안은 아비규환이다. 억지로 팔짱을 풀고 누구는 머리채를 쥐고 누구는 겨드랑이를 잡고, 또 누군가는 짐처럼 떠메서 바깥에 내동댕이친다. 주룡은 기어서 달아나려다 다시 붙들린다. 들려 나가는 와중에 옷이 벗겨져 속삭이 드러나거나 말거나 경찰은 아랑곳 않고 사람들을 고무신짝 출하하듯 밖으로 떠다 나른다. 가만히 누워 버티는 여자 마흔아홉 명을 제압하려고 무장한 경찰 백 명이 들이닥친 상황이다.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주룡은 몸이 제 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새끼들아. 주룡은 흐느끼며 악을 쓴다. 얼굴은 흙과 눈물로 범벅이 되고 입안에서도 모래알이 씹힌다. - p.229
단상) 주룡이 고무공장에서 노조에 가입하고, 자본가의 부당함을 외치며, 총파업의 선봉에 서있기도 하면서, 고공농성을 시도하기도 한다.
조금 빨리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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