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절벽(絶壁) - 이상

물빛향기 2020. 3. 23. 19:45

絶壁(절벽)          - 이상

 

꼿이보이지안는다. 꼿이이롭다. 香氣滿開한다.

나는거기墓穴을판다. 墓穴도보이안는다 보이지안는

墓穴속에나는들어안는다. 나는눕는다. 또꼿이기롭다.

꼿은보이지안는다. 香氣滿開한다. 나는이저버리고

처거기墓穴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안는다. 보이지안는

墓穴로나는꼿을깜빡이저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꼿이또기롭다. 보이지안는꼿이보이지도안는꼿이.

 

    - 권영민<오감도의 탄생>(대학사, 2014)

   

 절벽(絶壁)          - 이상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

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

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

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 꽃이 피는 것을 보다.

꽃잎이 열리는 것과

꽃잎 둘레가 달무리처럼

둥글게 감싸고

꽃의 향기를 맡으며

둥근 공간과

밝게 만개한 꽃

그 속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