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용산에서 - 오규원

물빛향기 2020. 3. 30. 21:49

용산에서               - 오규원

 

에는 무슨 근사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

낡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에는

아무것도 없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은

우리의 밖에.

 

믿고 싶어 못 버리는 사람들의

무슨 근사한 이야기의 환상밖에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의 의지와

이상 속에 자라며 흔들리듯

그대의 사랑도 믿음도 나의 사기도

사기의 확실함도

확실한 그만큼 확실하지 않고

근사한 풀밭에는 잡초가 자란다.

 

확실하지 않음이나 사랑하는 게 어떤가.

에는 아무것도 없다. 에는

남아 있는 우리의 밖에.

남아 이는 우리의 은 우리와 늘 만난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믿고 싶지 않겠지만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 <오규원 시전집>(문학과지성사, 2002)


=== 오늘로 99편의 시(詩)을 필사해서 올렸다.

못난 글씨체이지만, 詩를 읽고 필사를 하다보니,

나를 돌아보게 되고,

詩를 통해 아름다운 단어들을 만나고,

詩를 읽는 동안 詩 속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헤아려 보게 되고,

나의 일상을 돌아보며

새로운 언어를 만남으로

나의 삶이 조금씩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다시 한 번 詩를,

만남으로

나를

새롭게 풍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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