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붙이가 나에게 특별한 것처럼 죽어간 내 피붙이는 각자 고유하고 특별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만의 세계는 아무도 함부로 할 수도, 바꿔치기 할 수도 없는 그들만의 우주였다. 하나의 생명의 소멸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우주의 소멸과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몇백만 분의 일이라는 숫자 안에 도매금으로 넘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내 피붙이만은 그 도매금에서 빼내어 개별화시키고 싶었다. 몇백만 분의 일이라는 죽은 숙자에다 피를 통하게 하고 싶었다."
ㅡ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박완서, 현대문학, 2010) 중에서
박완서는 한국전쟁 때 죽은 전사자들을 통계숫자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하고 있지요. 칼럼 뒷 부분에서 필자가 말하는 폰타넬라 공동묘지의 죽음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죽어간 망자들의 죽음이 그저 숫자나 구경거리가 아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나해요.
'독서이야기 > 한줄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헨리 밀러의 11계명 (0) | 2020.06.01 |
---|---|
문장을 읽는다는 건 <잊기좋은이름, 김애란> (0) | 2020.05.07 |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 - 노자 철학 (0) | 2020.02.23 |
시 쓰기는 자기 감동이 먼저다. - 담론(신영복) (0) | 2020.02.17 |
한비자의 망국론 - 10가지 징표 - 신영복의 담론 (0) | 2020.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