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여행의 이유(김영하) - 3

물빛향기 2020. 4. 14. 20:15

♠에세이 필사 2일차

 오직 현재
   ‘여행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라는 질문은 작가라면 한번쯤 받아보는 것이다.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기억이 나는 거의 없다. 영감이라는 게 있다면 언제나 나의 모국어로, 주로 집에 누워 있을 때 왔다. ‘작가라 좋으시겠어요. 세계 어디에서도 쓸 수 있잖아요?’ 같은 말도 자주 듣는다.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쓸 수는 있다. 검은 꽃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에서 앞부분을 썼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뉴욕에서 시작해 거기서 끝냈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나는 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했고, 때로 한곳에서 몇 년 동안 머물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낸 스무 권이 넘는 책들 중에서 단 두 권만이 모국어로의 영토 밖에서 쓰였다. 심지어 여행기도 집으로 돌아와 썼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 혹은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다. 여행은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격렬한 운동으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때 마침내 정신에 편안함이 찾아오듯이,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 때로 평화를 느낀다. 모국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이제 그 언어의 사소한 뉘앙스와 기색, 기미와 정취, 발화자의 숨은 의도를 너무 잘 감지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진정한 고요와 안식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모국어가 때로 나를 할퀴고, 상처내고, 고문하기도 한다. 모국어를 다루는 것이 나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늘 편안하다는 뜻은 아니다.                                                            - 여행의 이유(김영하) p.79~80

문장 분석

- “‘여행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라는 질문은 작가라면 한번쯤 받아보는 것이다.” 문단의 첫 문장에 질문을 넣어 어떤 답변이 나올지 기대되게 만듭니다. 여기서 영감은 소설 쓸 때 필요한 아이디어이겠네요.

- ‘영감이라는 게 있다면 언제나 나의 모국어로, 주로 집에 누워 있을 때 왔다.’ 여행할 때 영감을 받기보다 집에 있을 때 영감을 받는다고 답을 주네요.

- ‘검은 꽃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에서 앞부분을 썼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뉴욕에서 시작해 거기서 끝냈다.’ 외국에서 쓴 소설은 두 권의 제목과 소설 쓴 장소를 언급합니다.

- ‘심지어 여행기도 집으로 돌아와 썼다.’며 자신이 글 쓰는 장소가 집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 ‘영감을 얻기 위해서 혹은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다.’ 이 문장으로 소설 때문에 여행하지 않는다며 한 번 더 강조합니다.

- ‘여행은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여행의 이유가 조금 나오기 시작합니다.

-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 때로 평화를 느낀다.’며 작가지만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곳일 때 힐링을 얻는다고 하네요.

- ‘모국어가 때로 나를 할퀴고, 상처내고, 고문하기도 한다. 모국어를 다루는 것이 나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늘 편안하다는 뜻은 아니다.’ 말이나 글이 때론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그것을 벗어나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난다고 합니다.

-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지 여행의 이유를 에세이로 적으셔도 좋겠습니다.

 

단상)
나만의 일상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새벽별을 보며 집을 나서는 순간, 나만의 일상의 작은 여행이 시작된다. 지하철과 버스를 1시간 40분에서 2시간(면목역에서 시흥시 과림동까지)쯤 후, 회사에 도착한다. 걷는 여행과 지하철에서는 책읽기와 가끔은 꿈나라 여행을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 여행을 한다.  또 새롭게 에세이 필사 여행을 첨가해서 하루를 복잡한 지하철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현되지 않는 특별한 곳, 지하철과 버스를 불안한 가운데 이용한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에 서로 20cm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서 있거나 앉아서, 누군가 기침하지 않나, 또 빈자리가 생기지 않는가를 살피면서 책을 읽는다.

 

    작가가 좋으시겠어요. 세계 어디에서도 쓸 수 있잖아요?”<여행의 이유(김영하) p.80>

 

    작가의 말이 다른 버전으로 들려온다.

 

    직장인이라 좋으시겠어요. 매일 출근하는 곳이 있고, 매주 수입이 생기잖아요?”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요즘 같은 시절에는 감사한 일이지요. 그러나 나는 늘 사직서를 품고 출근한답니다. 요즘들어 반장과 자주 말다툼이 있어서 힘들기도 하고, 또 일감도 줄어서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글을 그냥 술술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막힘없이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요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 속에서 책읽기, 지하철에서 읽은 내용, 오늘의 에세이 필사와 시()필사 내용, 이 모두가 정리가 안 되어 머리가 복잡다양하다. 평범한 일상으로 마음이 복잡할 때 오직 지금이 순간에 머물기 위해 홀연히 자전거를 타고 나만의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집에 있는 분들은 좋겠습니다. 거리두기가 실행되지 않는 지하철과 버스를 탈 일이 없으니까요.?”

    사회적으로 거리두기 운동은 실천하기는 하는데, 밀폐된 곳에 사람과의 거리를 두자고 하는데 왜 대중교통은 아무소리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2m가 아니라 20cm도 거리를 못 두고 있는데 말이다근심과 걱정, 여러 가지 정책에 회한의 잔상 속으로 빠져 들지만,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렇게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생각의 여행을 멈추고, 오직 여기 현재의 이곳에 머문다. 해야 할 업무에 빠져들므로 회사의 업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