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여행의 이유(김영하) - 2

물빛향기 2020. 4. 13. 20:40

♣에세이 필사 1일차

추방과 멀미
   ‘어쩌면 그는 비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최소한 비자가 필요한지 알아는 봐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는 중국에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겪은 정신적 멀미의 괴로움이 아직도 남아 있었던 것이다. 중국은 그가 처음으로 가본 외국이었고, 젊은 날의 환상이 깨져나간 곳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찾은 중국에서 추방되어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오히려 안온함을 느꼈다. 그는 비로소 오래 미루던 소설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아내는 집 밖으로 절대 나가선 안 된다고 다짐을 두었는데 그것이야말로 그가 진정으로 바라던 것이었다. 비밀의 벽장을 열고 자기만의 세계로 내려가는 나니아처럼 그 역시 자신만이 열어젖힐 수 있는 문을 열고 오랫동안 중단했던 소설 속으로, 매번 낯설지만 끝내는 그를 환대해주는, 비자 따위는 요구하지 않는 그 나라로 바로 빨려들어갔다.’

ㅡ 여행의 이유(김영하) (p.50~51)

■ 문장 분석
- 작가 김영하가 2005년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비자가 없어 바로 추방당했던 에피소드입니다.
- ‘추방과 멀미’ 챕터에는 중국과 관련된 여러 사건이 담겨있습니다.
- 작가의 생애 첫 해외여행은 중국이었다고 합니다.
- ‘어쩌면 그는 비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최초의 중국여행에서 겪은 혼란과 실망을 소설 속 인물이라면~ 이렇게 표현되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 실제 겪었던 상황을 소설처럼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 ‘그때 겪은 정신적 멀미의 괴로움이 아직도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 문장에서 ‘그때는’ 대학교 시절로 중공(중국)에 여행을 갔을 때를 말합니다.
- ‘중국은 그가 처음으로 가본 외국이었고, 젊은 날의 환상이 깨져나간 곳이었다.’ 이 시절 재벌 기업들이 돈을 모아 운동권 학생들에게 소련과 중국으로 단체여행을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 중공에 간 김영하는 베이징대학교 학생의 기숙사를 방문하고 자신들이 상상했던 중국이 아님을 알고 아득한 멀미를 느꼈다고 해요.
- 중국은 이미 공산당이 통치한다는 것만 빼면 모든 면에서 급격하게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이행하고 있음을 직접 보게 된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멸망하고 사회주의가 승리할 것으로 믿었던 당시의 학생으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겠네요.
- ‘비밀의 벽장을 열고 자기만의 세계로 내려가는 나니아처럼 그 역시 자신만이 열어젖힐 수 있는 문을 열고 오랫동안 중단했던 소설 속으로’ 소설을 쓰려고 갔던 상하이에서 추방당해 집에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비밀의 벽장/ 나니아처럼/ 자신만의 열어젖힐 수 있는 문/ 이라며 자신의 작업을 환상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 ’매번 낯설지만 끝내는 그를 환대해주는, 비자 따위는 요구하지 않는 그 나라로 바로 빨려들어갔다.’ 소설의 세계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매번 낯설지만 환대해주는 비자따위는 필요 없는 그 나라~ 라고 표현합니다.
- 첫 해외여행의 경험을 짧게 써 봐도 좋겠습니다.

 

단상)
빈방 있나요? <오천자전거길(105km), 2019811일 저녁>
    오천 자전거길은 쌍천, 달천, 성황천, 보강천, 미호천 총 다섯 개의 수려한 하천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이다. 11일 오후에 동서울터미널에서 충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영풍면(행촌 교차로)으로 이동해서, 행촌 교차로에서 세종시 합강 공원까지 105km를 완주해야 한다.
    원래는 충주에서 함께 라이딩 할 사람을 만나서 자고, 아침에 영풍면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친구가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는 관계로 갑자기 막차로 영풍면으로 넘어갔다. ‘영풍면에 숙소가 있는가?’를 인터넷으로 살펴보니, 모텔이 두 개가 있어서 안심하고 넘어갔다. 행촌 교차로에 내려, 면 소재지에 들어가면서 첫 번째 모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 이제 하나마저 없다면, 노숙을 해야 하는 그런 타임이다. 충주로 다시 갈 버스도 없고, ‘별을 보고 쪽잠을 자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하나 남은 모델을 찾아갔다. 불을 켜놓고 빈방이 있음을 알린다. 너무나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