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필사 5일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시즌1의 첫 촬영지는 경상남도 통영이었다.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서도 우리 출연자들은 제작진들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지를 못했다. 그들이 거듭하여 한 말은 ‘알아서 여행하시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과 동행하고 싶으면 하고, 혼자 가고 싶으면 가고,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사파리에 풀어놓은 별로 위험하지 않은 동물인 셈이었다. 우리가 알아서 돌아다니면 제작진이 그걸 찍을 거라고만 했다. 출연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일단 점심을 먹으러 갔고, 거기서부터 각자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 순간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특성이 정해졌다.
나는 부두 근처 중국집에서 해물짬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렌터카를 운전해 통영국제음악당이나 박경리기념관 등을 혼자 돌아다녔다. 보통 내가 다닌 곳을 기록하고 나중에 편집에 참고하기 위해 카메라 감독 한 사람과 프로듀서, 방송작가가 동행한다. 프로듀서도 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니면서 카메라 감독이 찍지 못하는 각도에서 화면을 잡는다. 렌터카에는 이미 여려 대의 소형 카메라가 차의 보닛 위와 차량 내부에 설치돼 있다. 아침에 모이는 순간부터 출연자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발언이 녹화되고 녹음된다. 아침에 모여 보통 자정까지 진행되다보니 출연자 한 명당 많으면 열여덟 시간 분량의 영상 파일이 여러 대의 카메라에 각각 남는다. 여행이 끝나고 서울로 귀환하면 프로듀서들은 이 영상들을 보며 편집을 시작한다. - 여행의 이유(김영하) p.99~100
■ 문장 분석
- tvN에서 방송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즌 1에 김영하 작가가 출연합니다.
- 나영석 연출의 ‘알쓸신잡’ 출연진은 유시민, 유희열, 정재승, 황교익 등입니다.
- 알쓸신잡은 분야를 넘나드는 잡학박사들이 국내를 여행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수다 여행’프로그램입니다.
- ‘시즌1의 첫 촬영지는 경상남도 통영이었다.’며 문단의 첫 문장을 짧게 썼습니다. 첫 문장을 길게 쓰지 않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 ‘그들이 거듭하여 한 말은 ‘알아서 여행하시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들은 제작진입니다.
- ‘우리는 사파리에 풀어놓은 별로 위험하지 않은 동물인 셈이었다.’ 알아서 여행하는 출연진을 두고 표현한 문장이 재미있습니다.
- 사파리: 야생 동물을 놓아기르는 자연공원에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차 안에서 구경하는 일. 원래는 스와힐리어의 ‘여행’이라는 뜻으로, 사냥을 위해 사냥감을 찾아 원정하는 일을 이르던 말이다.
- ‘그 순간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특성이 정해졌다.’ 프로그램의 특성은 이 문장 앞에 있습니다.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 ‘나는 부두 근처 중국집에서 해물짬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렌터카를 운전해 통영국제음악당이나 박경리기념관 등을 혼자 돌아다녔다.’ 사파리의 동물처럼 여행하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한 문장에 식당위치, 메뉴를 적고 동선까지 언급했네요.
- ‘여행이 끝나고 서울로 귀환하면 프로듀서들은 이 영상들을 보며 편집을 시작한다.’ 귀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 귀환: 다른 곳으로 떠나 있던 사람이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거나 돌아감.
- 알뜰신잡 맛보기 편을 보셔도 좋겠습니다.
단상) 선배님 죄송합니다. (2016년 11월 29일)
산달섬
면적 2.97㎢, 해안선 길이 8.2km로 거제만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섬에는 소토골 산, 뒷들 산, 건너재 산이라고 불리는 삼봉(三峰)이 있는데, 그 사이로 달이 솟아오른다고 하여 삼달(三達)이라고 불리다가 약 4백년전 이 섬에서 정승이 태어난 이후부터 산달도(山達島)라고 부르게 되었다. 1972년 부산대학교 박물관에서 신석기시대(BC 800)의 패총 2개를 발견함으로써 선사시대 때부터 인류가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1430년)에는 산달포 절도사가 대마도 어부들을 잡아 예조에 보고한 일도 있고, 경상도지리지에는 소를 키우던 목장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1470년(조선 성종 원년) 우도 수군절도사 수영이 설치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으로부터 약 500여년 전부터 산달섬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선배님을 찾으려 통영에 도착하다.
통영에서 자고 아침에 거제시 산달도로 출발하다. 통영 중앙시장 부근에서 503 시내버스를 이용해서, 거제 대교를 건너 종점에 8시 넘어서 도착하고, 다시 산달도 선착장 가는 버스를 9시 20분에 출발하는 고현행 시내버스를 탔다. 평화로운 고당마을과 잔잔한 바다를 보니,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드디어 산달도 들어가는 선착장에 도착하니, 배 선주님께 선배 이름을 말하면서 만나려 왔다고 하니, "그분 돌아가셨는데요. 작년에,,,", "혹시, 그분 오빠가 여기 산달도에 사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연락처 아시나요?"
이렇게 해서 선배님 오빠랑 전화 통화를 했는데, 선배님이 머리가 아파서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돌아가셨다는 말씀과 울먹이다가 전화를 끊어서 다시 통화를 못했다. 진작에 찾아뵙지 못함에 죄송스럽다.
선배님이 없는 산달도를 지척에 두고, 들어갈까 그냥 갈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계셨던 곳이라도 찾아보고 가기 위해 배를 타고 건너갔다. 몇 년 만에 찾아온 곳인가? 멀다고 전화로 안부만 전하다가 이렇게 늦게 찾아왔다.
※ 오늘 필사부분이 통영이야기이라서 통영 옆 거제시 산달도에 사셨던 선배님이 생각나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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