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여행의 이유(김영하) - 8

물빛향기 2020. 4. 19. 18:52

♣에세이 필사 7일차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내가 세상에 나온 지 한 달 뒤인 1968년 12월, 인류는 처음으로 달 궤도를 돌았다. 아폴로 8호였다. 당시에는 대단했지만 다음해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거기로 옮겨가버렸다. 그러나 아폴로 8호의 세 명의 승무원들은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목격한 인물들이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지구라는 행성이 달 표면에서 떠오르는 장면을 처음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네 바퀴째를 돌고 있을 때, 이들은 자신들이 떠나온 행성이 달 표면에서 떠오르는 모습을 목격하고 셔터를 눌렀다. 마침 크리스마스이브였고, 그것은 지구에 남겨진 다른 인류에게 보내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선물이었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그러나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었던 이 이미지 속에서 지구는 우주의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떠 있는 작고 외로운 푸른 구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작은 구슬이 그들이 살아서 돌아가야 할 곳이었고,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남겨져 있는 우주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아폴로 8호가 달 궤도에 진입한 다음날인 크리스마스에 발행된 뉴욕타임스에 ‘저 끝없는 고요 속에 떠 있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riders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인류가 지구의 승객이라는 비유는 지금으로서는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당시에는 읽자마자 무릎을 칠 만한 것이었다. 승객은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왔다가 떠나는 존재일 뿐이다. 매클리시는 이어서 우주의 이 끝 모를 차가움 속에서 우리 자신들은 형제 brothers, 서로가 형제임을 진실로 아는 형제라고 부연했다. 지구가 고작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구슬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시인은 자존심을 다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기에 지구라는 작은 행성, 푸르게 빛나는 우주의 오아시스와 우리 서로를, 모든 동식물을, 같은 행성에 탑승한 승객이자 동료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암시한 것이다. 
                                                                                 - 여행의 이유(김영하,p.138

■ 문장 분석

-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챕터 첫 문단입니다. 첫 문단 시작을 어떻게 썼는지 보셔도 좋겠습니다.
- ‘내가 세상에 나온 지 한 달 뒤인 1968년 12월, 인류는 처음으로 달 궤도를 돌았다.’ 1968년 11월이 작가가 태어난 해임을 알게 되는 문장입니다.
- ‘무엇보다 이들은 지구라는 행성이 달 표면에서 떠오르는 장면을 처음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면서 아폴로 8호는 가려졌지만 8호가 최초로 지구를 찍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 ‘마침 크리스마스이브였고, 그것은 지구에 남겨진 다른 인류에게 보내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선물이었다.’ 아폴로 8호가 달 주변(4바퀴)을 돌다 셔터를 누른 날이 마침 크리스마스이브였네요. 절묘한 타이밍입니다.
- ‘지구는 우주의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떠 있는 작고 외로운 푸른 구슬에 불과했다.’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작고 외로운 푸른 구슬!
- ‘저 끝없는 고요 속에 떠 있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riders으로 본다는 것’ 뉴욕타임즈의 기사문도 인상적입니다.
-‘승객은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왔다가 떠나는 존재일 뿐이다.’ 단문으로 썼습니다.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승객’이라는 표현을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 ‘지구라는 작은 행성, 푸르게 빛나는 우주의 오아시스와 우리 서로를, 모든 동식물을, 같은 행성에 탑승한 승객이자 동료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암시한 것이다.’ 시인이 지구가 장난감 구슬 같다는 은유를 저자는 이 문장으로 풀이해주고 있습니다.
- 인상 깊은 기사나 뉴스를 이런 방법처럼 써보면 다양한 에세이 쓰기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단상)

   ★ 작은 점에 불과한 나

 

    오늘 필사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이처럼 우주의 방대함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희망을 가져본다.

    이미지 속에서 지구는 우주의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떠 있는 작고 외로운 푸른 구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작은 구슬이 그들이 살아서 돌아가야 할 곳이었고,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남겨져 있는 우주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 여행의 이유(김영하, p.136)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아폴로 8호가 달 궤도에 진입한 다음날 뉴욕타임스에 저 끝없는 고요 속에 떠 있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riders)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p.136)

1968년 12월 24일 달 궤도 돌았던 아폴로 8호에서 승무원들이 찍은 사진. 어스라이즈(지구돋이) = 암흑 속 우주를 외로이 항해하는 지구의 모습

    삶은 결코 똑같이 갈수 없지만, 우리는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볼 것이다. 고요 속에 떠다니면서 빛나고 파랗고, 아름다운 지구를, 사랑스러움으로 바라보며, 진정으로 형제인 것을 인정하며 항해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은 지구의 탑승자로 인식할 때부터라고 한다.”

 

    1990214일 지구에서 60km까지 보이저 1호가 사진을 보내왔다.

    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숭상되는 수천의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 이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민,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발명가와 개척자, 윤리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가들, ‘슈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 코스모스(칼 세이건, p.7)

64억 km 밖에서 촬영한 지구의 사진. 태양 반사광 속에 있는, 파랑색 원 안에 희미한 점이 지구이다.

    칼 세이건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창백한 푸른 점(Pale boue dot)’이라고 명명하며 그렇게 불렀다. 표현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많은 뜻을 담고 있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우주에서 바라보면 고작 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면 방대한 우주 공간의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우주여행의 승객으로 영원히 머물지 못한다. 왔다가는 존재일 뿐이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최희준의 노래가사처럼 아무도 모르는 존재이고, 고작 지구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구슬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먼지처럼 작은 점에 불과한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그리고 지구라는 공간에 함께 탑승한 모든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달은 것이다.

 

    나는 오늘 필사 본문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일부 나오는 내용을 인용하면서 작고 연약한 인간이지만, 더 겸손하게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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