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여행의 이유(김영하) - 10

물빛향기 2020. 4. 21. 23:23

여행의 이유(김영하) - 10

 

에세이 필사 9일차

여행으로 돌아가다
   2007년의 나는 마흔을 앞두고 있었다. 대학의 교수였고 날마다 생방송으로 나가는 라디오 문화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다. 하루하루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아내와 나는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초청을 받아들여 그곳에서 일 년간 머물기로 결정을 했다. 나는 대학과 라디오 프로그램을 그만두었다. 무엇보다 큰 결정은 그때까지 살던 아프트를 내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아파트가 내놓자마자 팔려버리는 바람에 6월부터 9월 초까지 시간이 붕 떠버렸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여행을 하기로 하고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렇게 이탈리아에서 석 달, 밴쿠버에서 일 년 가까이 머물렀다. 뉴욕으로 옮겨서 이 년 반을 더 체류했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살던 집을 팔고 떠나온 터라 정확히 어디로 귀환해야 할지 막막했다. 반면 뉴욕에는 확고한 거점이 있었다. 아내와 내 모든 책들과 짐이 있는 곳. 그러다보니 오히려 서울이 언젠가는 가야 할 여행지처럼 느껴지지 시작했다. 서울에 무엇을 남겨두고 왔을까 생각해보니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뉴욕 생활을 마치고 우리는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돌아왔다. 어차피 새로 살 집을 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묶여 있는 일터도 없던 터라 굳이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부산은 서울보다 훨씬 따뜻했고 집세를 비롯한 물가도 저렴했다. 아파트 바로 앞에 쌓인 테트라포드 사이로 흰 포말이 뿜어져 올라왔다 사그라들었다. 아침에 창을 열면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집 앞 산책로는 동백섬과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이어졌다. 휴양지에서 살다보니 여행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기분이었다. 내 귀환의 원점은 어디인가? 그런 것이 있기는 할까? 우리는 부산에 삼 년을 살고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는 삼 년째 서울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영원히 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여행의 이유(김영하 p.191~193)

■ 문장 분석

- 작가가 거주했던 지역과 기간을 담담하게 묘사한 에세이입니다.
- ‘2007년의 나는 마흔을 앞두고 있었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초청을 받아 떠날 결정을 하면서 당시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를 꺼냅니다.
- ‘대학의 교수였고 날마다 생방송으로 나가는 라디오 문화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다.’ 하는 일을 그만두고 집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을 짧게 요약해 전달합니다.
- ‘그렇게 이탈리아에서 석 달, 밴쿠버에서 일 년 가까이 머물렀다. 뉴욕으로 옮겨서 이 년 반을 더 체류했다.’ 여러 나라를 오가며 살아가는 작가의 생활은 어떨까 상상해봅니다.
- ‘부산은 서울보다 훨씬 따뜻했고 집세를 비롯한 물가도 저렴했다.’ 부산과 서울을 비교할 때 날씨와 물가를 들고 있습니다.
- ‘아침에 창을 열면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집 앞 산책로는 동백섬과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이어졌다.’ 부산 아파트에서 경험하는 풍경을 적고 있습니다.
- ‘휴양지에서 살다 보니 여행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기분이었다. 내 귀환의 원점은 어디인가?’라며 한 줄로 당시의 심정을 적고 있네요.
- 거주지에 대한 단상이나 자주 이동해서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셔도 좋겠습니다.

 

해운대

단상)  인생살이 나그네길

 

    고향은 강원도 정선인데, 이젠 부모님도 생애 세 번째로 이사하신 곳이 원주이다. 원주로 이사하신 부모님을 보면서 나는 언제 귀환의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정선을 1986년 초겨울에 떠나 서울 목동에서 잠깐 생활하다가 김천, 김해, 창원을 거쳐서 화천, 다시 서울로 왔다. 1992년도 서울에 입성해서, 1년을 기숙사에서, 다음으로 구의동 어느 옥상 물탱크 위에서 생활하다가, 신림동으로 옮겨서 생활하다가 결혼을 하고서도 신림동에서 세 군데로 이사를 했고, 신월동, 신정동, 대림동, 방배동에서 중랑구 신내동, 망우동, 지금은 면목동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물질과 직장 때문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사를 참 많이 다녔다. 그런데 중랑구에서 10년을 넘기면서 제2의2 고향 같은 곳이다. 자주 이사를 하다 보니 지루해질 만하면 옮기고, 새로운 곳을 만나서 신나기도 하고, 또 그 지역에서 적응되어가면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초등학교도 세 번이나 옮기면서 이사를 했으니, 아이들도 혼란을 겪기도 많이 했다. 이젠 이 곳에서 정착하고픈데 어찌 될지,,

 

    내 귀환의 원점은 어디일까?”

    그런 것이 있기는 할까?”

 

    오늘 필사 끝 무렵에 김영하 작가의 이 물음이 나를 사로잡는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여행하는 것처럼 살려고 하지만, 지루하고 답답할 때가 있다.

    나의 귀환의 원점은 어디인가? , 회사, 지하철, 또 제3의3 장소?

    그런 곳이 있기는 한가?

 

    인생은 나그네길이라고 하지 않는가?

 

    성경말씀에 우리의 평생이 순식간에 다하였나이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라는.” 시편 909~10절의 말씀이 그야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의 인생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 인생은 안개와 같은 인생(414)이고,

    수고와 슬픔으로 사는 인생(479)으로서,

         수즉다욕(壽卽多辱 - 인생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수고와 슬픔밖에 없다.),

    티끌로 돌아가는 인생(127, 319)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나 또한 수고와 슬픔을 안고 걸어가는 나그네 길을 터버 터벅 걸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