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여행의 이유(김영하) - 9

물빛향기 2020. 4. 20. 15:38

여행의 이유(김영하) - 9

 

♣에세이 필사 8일차

노바디의 여행
   돌아보면 내 인생은 온갖 중독과의 싸움이었다. 십오 년을 피우던 담배를 끊는 데 겨우 성공한 것은 서른세 살 때였다. 그전까진 침대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골초였다. 『빛의 제국』을 쓰던 2006년 무렵에는 매일 밤 위스키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다. 그래야 잠이 들었다. 이 버릇을 고치는 데에도 또 몇 년이 걸렸다. 컴퓨터 게임들에도 쉽게 중독되었다. 이십대에는 중국의 고전 『삼국지』를 기반으로 만든 롤플레잉게임 ‘삼국지’에, 몇 년 후에는 일상생활을 그대로 재현하는 ‘심즈’,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도 빠졌다. 청소년기에는 만화책이나 무협지에 과몰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중독과 싸우면서도 나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일곱 권의 장편소설과 네 권의 단편소설집, 그리고 일곱 권의 산문집을 출간했다. 중독이 나의 시간을 많이 빼앗아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내 생산력을 크게 좀먹은 것도 아니었다.(…)

   내가 부시윅의 아파트에서 조이스틱을 내려놓고 현실 세계로 걸어 나갈 수 있었던 것도 법과 재활센터의 도움 덕이 아니었다. 어느 날 총을 쏘다 지쳐 앉아 있는 나에게 그동안 지켜만 보고 있던 아내가 다가와 물었다.(그렇다. 나에게는 ‘아직’ 아내가 있었다). “아직도 재밌어?”

   잠깐 생각해보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럼 나가자.”
   허리케인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고 도시는 거의 완전히 복구돼 있었다. 우리는 센트럴파크에 가서 낙엽을 밟으며 산책을 했다. 청명한 뉴욕의 가을이 내 머리 위로 지나가고 있었다. 군데군데 강풍에 가지가 부러진 우람한 나무들이 보였다. 문득 게임을 하는 내내 우울했었다는, 한 번도 즐겁지 않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도 삶도 없는 그 어두운 연옥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는 베트남 음식을 사 먹고 브루클린으로 돌아왔다.(...)

   뉴욕에서 돌아온 후 나는 또 한 편의 장편소설을 탈고해 올여름에 출간했다. 게임에 몰입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던 브루클린 시절을 돌아보는 일은 울적하고 부끄럽다. 그러나 결국은 벗어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여행의 이유(김영하 p.175~176)

■ 문장 분석

- 미국 브루클린에서 『검은 꽃』 영어판 출간기념회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일어난 에피소드입니다.
- 당시 허리케인으로 행사는 연기되었고 작가는 브루클린 아파트에서 머물게 됩니다.
- ‘돌아보면 내 인생은 온갖 중독과의 싸움이었다.’며 자신이 어떤 중독들을 겪었는지 다음 문장에 알려줍니다.
- ‘담배를 피우는 골초’였으며, ‘매일 밤 위스키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고, ‘컴퓨터게임들에도 쉽게 중독’되었고 청소년기에는 ‘만화책이나 무협지에 과몰입’했다고 고백합니다.
- ‘중독이 나의 시간을 많이 빼앗아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내 생산력을 크게 좀먹은 것도 아니었다.’며 중독과 시간, 생산력과의 관계를 연결합니다.
- ‘나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일곱 권의 장편소설과 네 권의 단편소설집, 그리고 일곱 권의 산문집을 출간했다.’ 1996년 연도, 일곱 권, 네 권, 일곱 권의 산문집 등~ 결과물을 숫자화 시켜 그 양을 가늠하게 만듭니다.
- “아직도 재밌어?” 총을 쏘다 지쳐 있는 남편에게 하는 아내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 ‘문득 게임을 하는 내내 우울했었다는, 한 번도 즐겁지 않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손에 이끌러 밖으로 나온 김영하의 상태입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그 시기에 내가 겪은 것이 단순한 게임 과몰입이 아니라 가벼운 우울증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p.178)라고 쓰여 있네요.)
- 게임에 과몰입했던 자신이 지나 보니 가벼운 ‘우울증’이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 ‘게임에 몰입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던 브루클린 시절을 돌아보는 일은 울적하고 부끄럽다.’ 게임에 몰입했던 날들이 울적하고 부끄럽다고 밝힙니다. 중독에서 벗어났을 때 느끼는 감정이겠네요.
- 자신이 어떤 중독에 걸렸던 경험이나 중독에서 벗어났던 과정을 써도 좋겠습니다.

단상)  나는 무엇에 중독되어 있는가?

 

   오늘 김영하 작가의 <노바디의 여행>이란 부분 필사를 하면서, 나는 무엇에 중독되어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나도 고등학교 때부터 하던, 술과 담배를 30년 만에 끊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끊었다.  그 외에는 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스톱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인생을 살아왔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의 작은 습관들이 또 다른 중독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새벽에 일어나면 기도하고, 화장실을 가고, 냉수 한잔 마시고, 출근해서 커피 한잔을 하는 것이 나의 삶 속에 작은 중독일 수도 있겠다. 또 지하철(나만의 케렌시아)에서 출퇴근 1시간씩 책을 읽다가 지나친 적도 있다.

    요즘은 블로그에 에세이 필사와 시(), 독서한 것을 발췌해서 올리기도 하고, 짧은 글도 매일 쓰려고 하는 욕심도 생긴다.

 

    중독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고 어느 분의 말처럼, 하루하루의 습관이 자신을 만들어*가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 유지해 가야 한다. 나쁜 습관은 쉽게 중독되어 바꾸기 힘들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좋은 습관들은 계속 이어지도록 노력하며, 또한 지금까지 하고 있는 독서 습관은 계속 유지하며, 질 높은 독서활동을 계속하면서 글쓰기 연습을 하므로 글 쓰는 사람으로 중독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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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덴티(identity) : 사전) 현재 자기가 가진 특성이 언제나 과거의 그것과 같으며 미래에도 이어진다는 생각. / 동일한 것, 일치한 것, 본인이라는 뜻도 있고 본질, 본체, 정체, 인격, 독자성, 주체서, 고유성 등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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