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필사 8일차
북한남성 판타지
강철비, 의형제, 용의자, 공조
2000년에 제작된 <공동경비구역 JSA>는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은,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의 전환점이었다. 반공 영화의 선악 구도를 벗어난 것은 물론이고, 분단에 대한 인도주의적 문제 제기와 남성들 간의 우정을 그려 ‘퀴어’영화로도 읽혔다. 마지막 가슴 아픈 장면, 카메라를 가리는 이병헌의 하얀 장갑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본격적인 도약을 알렸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 남성은 ‘송강호’였고, 남한 남성은 ‘이병헌’이었다. 이전까지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에서 ‘외모’는 곧 체제를 뜻했다. 배우의 외모와 캐릭터가 정치학이었다. 지금 중국 동포(‘조선족’)가 그려지는 방식처럼 말이다. 공간도 남한 사회가 아니라 그야말로 ‘공동’ 구역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가족이나 사회 생활은 드러나지 않았다. -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p.182)
여성들의 변화는 남북한 영화에서 남자 배우의 캐스팅을 좌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주요 관객층의 기호다. 무대는 남한으로 완전히 이동했고, 한국 남성과 북한 남성의 비교가 뚜렷해졌다. 북한 남성 역할은 당대 최대 ‘미남’배우들이 맡기 시작했다. 큰 키와 ‘완벽한 비율’, 잘생긴 얼굴은 기본이다. 정우성(<강철비>), 강동원(<의형제>), 공유(<용의자>), 현빈(<공조>), 김수현(<은밀하게 위대하게>)……. 이들의 돈과 장비는 비록 제이슨 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모두 북한의 최정예 요원으로서 뛰어난 두뇌와 강철 같은 체력의 소유자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인권과 평화 의식, 조국애, 공동체 의식에 정의감까지 갖춘 ‘완벽한’남자들이다. -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p.183)
이 영화들은 남북한 영화라기보다는 상업 영화의 포인트를 정확히 포착한 작품들이다. 북한은 소재일뿐이다. 이 영화들의 ‘주제’는 한국 영화의 주요 소비 계층인 20~30대 여성과 북한 남성의 가상 로맨스이다. 남성 감독은 이러한 상황을 남북한 화해라는 ‘정치적 올바름’으로 포장한다. 여성 관객은 능력, 외모, 책임감 등 남성으로서 모든 것을 다 갖춘 북한 남성과의 로맨스를 즐기고, 남성관객은 북한 남성의 액션을 즐기며, 자본은 ‘천만 흥행’을 즐긴다. 남한의 영화 산업은 북한 남성을 대상화함으로써 득을 보고 있다. -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p.184)
■ 문장 분석
-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 감독, 이영애(소피 역), 이병현(이수혁 병장 역), 송강호(오경필 중사 역), 전쟁드라마, 110분, 15세 관람가, 2000년 작품.
- ‘북한남성 판타지’라는 제목을 가져왔고 영화는 공동경비구역JSA, 강철비, 의형제, 용의자, 공조 등을 예시로 보여줍니다.
-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의 전환점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이전까지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에서 ‘외모’는 곧 체제를 뜻했다. 배우의 외모와 캐릭터가 정치학이었다.’ 2000년대에 만든 작품만해도 외모는 곧 체제를 뜻했다고 하네요.
- ‘여성들의 변화는 남북한 영화에서 남자 배우의 캐스팅을 좌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주요 관객층의 기호다.’라며 여성들의 변화(저출산, 비혼 등)가 시작되면서 투자자들이 고민하게 됩니다.
- ‘무대는 남한으로 완전히 이동했고, 한국 남성과 북한 남성의 비교가 뚜렷해졌다.’주요 관객층의 기호를 충족하려면 이런 점을 바꿨네요.
- ‘북한 남성 역할은 당대 최대 ‘미남’배우들이 맡기 시작했다.’ 며 예로 ‘정우성(<강철비>), 강동원(<의형제>), 공유(<용의자>), 현빈(<공조>), 김수현(<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듭니다.
- ‘모두 북한의 최정예 요원으로서 뛰어난 두뇌와 강철 같은 체력의 소유자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인권과 평화 의식, 조국애, 공동체 의식에 정의감까지 갖춘 ‘완벽한’남자들이다.’ 관객들의 기호에 따라 북한 남성들이 변했다고 언급합니다.
- ‘이 영화들은 남북한 영화라기보다는 상업 영화의 포인트를 정확히 포착한 작품들이다.’ 상업영화의 포인트는 20~30대 여성과, 남성관객, 자본을 들고 있습니다.
- ‘여성 관객은 능력, 외모, 책임감 등 남성으로서 모든 것을 다 갖춘 북한 남성과의 로맨스를 즐기고, 남성관객은 북한 남성의 액션을 즐기며, 자본은 ‘천만 흥행’을 즐긴다.’ 조금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 ‘남성 감독은 이러한 상황을 남북한 화해라는 ‘정치적 올바름’으로 포장한다.’며 남성 감독까지 덧붙이고 있네요.
- 저자는 북한 소재 영화의 주제로 탈북민, 핵문제 등 좀 더 북한을 알 수 있는 문제를 다루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 영화와 상업성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단상)
북한 남성 판타지 <공동경비구역 JSA, 강철비, 의형제, 용의자, 공조>
한편의 영화가 내 안에 들어올 때
“주인공을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는 영화가 있다.
인생의 동반자로 나는 그 / 그녀와 함께 산다.
영화는 나에게 ‘다른 인간’이 있음을 잊지 않게 해주고
인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증거 한다.
내가 더 타락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준다.”
-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뒷표지
<공동경비구역 JSA>는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영화이지만, 반공영화의 선악 구도의 틀을 벗어나고, 분단에 대한 인도주의적 문제 제기와 남성들 간의 우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때 까지만 해도 배우의 외모나 캐릭터가 정치학이고, 이전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한국 사회는 변하기 시작했고, 여성들의 변화가 남북한 영화의 남자배우 캐스팅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무대는 남한으로 이동했고, 북한 남성 역할은 최고 미남 배우들이 맡게 되면서, 그들은 뛰어난, 강철 같은 체력과 함께 인권과 평화 의식, 조국애, 공동체 의식, 정의감까지 갖춘 완벽한 인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남한 남성들은 각자의 조직 안에서 실패한 사람으로 보여 지고, 북한 남성들은 가족을 위해 어떠한 아픔과 고통을 감수한다. 남북한 소재의 영화들은 남한 여성들의 북한 남성에 대한 사랑을 이용하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수많은 남북한의 문제에 대한 영화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
나는 ‘공동경비구역 JSA’, ‘강철비’는 봤는데, 다른 작품들은 안 본 영화들이 많다. 작가님의 표현들을 모두 담지 않았지만, 작가님의 생각을 엿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제라도 영화를 본다면 다른 시각으로 보면서 생각을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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