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필사 7일차
질투라는 자발적 고통
질투는 나의 힘
질투만큼 자발적인 고통도 없다. 질투가 어리석다는 것을 몰라서 질투를 멈추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질투에 대한 잠언이나 충고처럼 비현실적인 것도 없다. 나 역시 <질투는 나의 힘>의 원상(박해일 분)과 비슷한 상태로 오랫동안 고통을 찾아다녔다. 나중에 지쳐서 질투가 나를 지배하지 않는 평온한 마음조차,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부대끼고 바닥에 패대기쳐진 것 같은 비참한 감정이 나를 찾아오면, ‘그래, 너 왔구나’하며 인사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질투에 시달리는 나를 포기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또 다른 내가 더는 나의 목을 조르지 않도록 무릎 꿇고 빌 수밖에 없다. 어차피 나는 ‘연적’만큼 매력적일 수 없었다. 매력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므로, 내 매력을 찾기 전까지는 말이다.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에서 사람들이 무릎을 치는 대목은 대개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이다. 하지만 난 이 구절이 상투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은,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중독과 집착, 영원을 향한 욕망 때문에 나도 기록을 즐긴다. 기록은 과거를 붙잡는 것이다.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에서 원상의 질투도 기록과 같다. 과거의 연애를 현재로 연장하려는 몸부림. -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p.145)
■ 문장 분석
- <질투는 나의 힘> 박찬옥 감독, 박해일(이원상 역), 문성근(한윤식 역), 배종옥(박성연/노내경 역), 드라마, 125분. 15세 관람가, 2003년 작품.
-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서 쓴 에세이입니다.
- ‘집착과 질투는 타도해야 할 감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p.145)며 질투를 더 확장시켜 언급합니다.
- ‘질투만큼 자발적인 고통도 없다.’에서 질투는 자기 스스로 만든 고통이라고 말하네요.
- ‘질투가 어리석다는 것을 몰라서 질투를 멈추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질투에 대한 잠언이나 충고처럼 비현실적인 것도 없다.’ 질투가 어리석지만 멈출 수 없는 감정, 집착.
- ‘나 역시 <질투는 나의 힘>의 원상(박해일 분)과 비슷한 상태로 오랫동안 고통을 찾아다녔다.’ 영화를 끌고 와 질투와 자신의 고통을 동일시합니다. ‘고통을 찾아다녔다’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질투는 자발적인 고통이기에 오는 것이 아닌 찾아다녀야 하는 거네요.
- 질투라는 감정을 ‘부대끼고 바닥에 패대기쳐진 것 같은 비참한 감정’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 ‘그래, 너 왔구나’하며 인사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비참한 감정인 질투가 오면 인사하고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합니다.
- ‘질투에 시달리는 나를 포기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또 다른 내가 더는 나의 목을 조르지 않도록 무릎 꿇고 빌 수밖에 없다.’ 질투가 내 안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표현이 뛰어납니다. 나를 포기하고/ 통제할 수 없는/ 나의 목을 조르지 않도록/ 무릎 꿇고/ 빌 수밖에 없다...
-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을 예시로 가져옵니다.
-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이 구절을 좋아한다고 말하네요.
- ‘너무나 많은 공장’, ‘그토록 기록할 것’에 대한 은유를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중독과 집착, 영원을 향한 욕망 때문에 나도 기록을 즐긴다.’끝나지 않을 감정이라면 이런 질투의 기록들을 즐긴다고 마음을 다잡는 모습입니다.
- ‘과거의 연애를 현재로 연장하려는 몸부림’ 주인공 원상도 질투의 기록을 보여주나 봅니다. 영화를 한줄로 요약했네요.
- 질투, 또는 여러 감정과 관련된 예시를 들고 그 감정을 끝까지 문장화 시켜보면 좋겠습니다.
단상)
질투 = 나쁜 것? (집착)
질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일어나는 감정이다. 질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어날 수 있고, 본능적인 감정이고, 연인을 독점하려는 욕망 때문에 생긴다.
“애인에게도 잘 하고 부인에게도 잘 하는 것이, 애인도 없고 부인에게도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가치관을 지닌 유부남 편집장 한윤식(문성근)의 말.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 마요. 꼭 자야 한다면 나랑자요. 나도 잘해요.” 라고 대학원생 이원상(박해일)이 성연(배종욱)에게 호소한다.
질투는 어떻게하든 행동을 하게 하는 힘이 있다. 질투가 무조건 나쁘게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질투로 인해 더 열심히 일하기도 하고, 삶의 활력을 찾아 열심히 살기도 한다. 질투는 쿨하지 못하고, 형편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질투라는 감정은 분노, 울분 같은 감정보다 더 강력 할 수도 있고, 질투로 인해 격해지기도 한다.
“질투는 나의 힘”란 영화에서 ‘질투는 그리 나쁜 감정이 아니야’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질투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정상이다.
우리 스스로 미워하지 말자!
질투로 인해 성장할 수도 있고, 삶 속에서 한 발짝 더 성장하게 해 줄 수 있다고 본다.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시집<입속이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1991)
질투의의 힘 https://youtu.be/lOa7ntnFo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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