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필사 6일차
‘착한’ 여자의 ‘나쁜’ 남자 순례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나는 이 영화를, 이 영화의 마츠코를 사랑한다. 그녀는 여자인 내가 봐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당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당하는데도 그녀는 (성별 구분 없이)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마츠코의 피해와 고통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타인의 잘못이다. 그녀가 타인의 잘못을 피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란 말인가? 상대가 나쁜 의도를 품고 마음먹고 속이려 드는데, 그것을 어떻게 피한단 말인가? 계속 조심하고 경계하고 살아야 할까?
마츠코는 피해자가 아니다. 당연히 피해 의식도 없고 남자들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억울해하지도 않는다. 마츠코는 나의 혼란을 정리해주었다. 그녀는 나쁜 세상과 자신의 과거로부터 영향받지 않고, 언제나 자기 본모습대로 살았다. 그 완강한 자기 노선. 피해 경험과의 단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마츠코는 세상에 당한 것이 아니다. 세상과 싸웠다. 자기 방식이 옳음을 믿었다. 진정한 강인함이다. 완벽히 구조화된 가해와 피해의 양극 시대. 가해자/ 집단의 피해 의식이 판치는 시대에 정작 피해자인 그녀는 의연하다. 피해 의식만 가득한 사람은 마츠코처럼 타인을 걱정하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지만 조금 힘을 내서 우리 자신을 지켜내는 바람직한 방식을 찾았으면 한다. 결국 자신의 역량을 믿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신뢰는 그 다음이다. 피해도 억울한데, 자신을 미워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나쁜 사람은 타인의 자존감, 의욕, 믿음을 도둑질한다. 마츠코가 내 앞에서 그들을 가로막고 있다. 그녀의 보호를 받는 관객들이 행복한 이유다. -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p.132-p.133)
■ 문장 분석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나카지마 테츠야 감독, 나카타니 미키(카와지리 마츠코 역), 에이타(카오지리 쇼 역), 코미디, 129분, 15세 관람가, 2007년 작품.
- ‘나는 이 영화를, 이 영화의 마츠코를 사랑한다.’ 영화의 주인공 마츠코를 사랑한다고 단문으로 썼네요. 마츠코를 사랑하는 이유는 다음 문장부터 나옵니다.
- 제목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인데, 정희진은 왜 ‘혐오’가 붙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녀도, 그녀의 인생도 혐오스럽지 않다고 말하네요.
- 정희진은 이 영화가 ‘내 인생의 영화’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 마츠코는 중산층 가정 출신의 음악교사에서 사회 밑바닥으로 떨어지며 여러 ‘나쁜 남자’들에게 당하기만 한다고 합니다.
- ‘마츠코는 피해자가 아니다. 당연히 피해 의식도 없고 남자들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억울해하지도 않는다.’ 마츠코가 당하는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그려지며 관객은 분노하는데, 정작 그녀는 원망도 억울해하지도 않다고 쓰고 있습니다.
- ‘마츠코는 나의 혼란을 정리해주었다.’ 어떻게 혼란을 정리해주었을까? 궁금증이 생깁니다.
- ‘그녀는 나쁜 세상과 자신의 과거로부터 영향받지 않고, 언제나 자기 본모습대로 살았다.’ 궁금증에 대한 답이 바로 나옵니다. 마츠코는 피해자라 생각하지 않고 ‘자기 본모습대로 살았다’에 방점을 찍어봅니다.
- 마츠코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가 아닌 착한 사람,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하네요.
- ‘피해 의식만 가득한 사람은 마츠코처럼 타인을 걱정하지 않는다.’ 마츠코는 타인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는데 이는 강인한 사람, 피해 의식이 가득 차지 않은 사람, 의연한 사람일 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결국 자신의 역량을 믿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신뢰는 그 다음이다.’ 마츠코는 자신의 역량을 믿었기에 타인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 인상적인 영화 속 등장인물을 변호하는 에세이를 써도 좋겠습니다.
단상)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Memories of Matsuko / 2006년, 나카지마 테즈야 감독) 줄거리
= '착한' 여자의 '나쁜' 남자 순례기
ㅡ 마츠코야! 울지 마라 사랑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마츠코의 유년시절부터 사망할 때까지의 일생을 나열하고 있지만, 타인이 바라보는 마츠코의 인생과 자신이 바라보는 스스로의 인생, 그리고 지인들의 시선을 통해 마츠코의 인생이 여러 시점과 시선에서 세밀하게 보고 있다.
♥ 유년시절의 마츠코
마츠코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를 원했지만, 연약하게 태어난 동생 때문에 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성장했다. 동생이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고, 자신은 사랑받지 못함 때문에 가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사랑받고 싶었던 여성 마츠코
마츠코는 집을 나와 가난한 소설가를 사랑했지만, 남자의 자살로 인해 연인의 친구이자 유부남인 남자를 사랑한다. 그렇지만 유부남에게 조차 버림받은 마츠코는 유흥업소로 전전하며 기둥서방에 얽매이지만 불화로 인해 그 남자를 살해한다.
경찰을 피해 도피 생활을 중에 이발소 사장과 사랑에 빠졌다. 또 그 후에 선생 시절에 가르쳤던 제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마츠코는 누구보다도 사랑받고 싶었던 여인이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 줄 남성을 만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마츠코는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볼 때 실패한 인생이다. 마츠코는 교사 생활을 강제로 그만둬야 했고,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사람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복역했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
♥ 한 사람의 가치 기준은?
영화는 사람의 가치는 얼마만큼 받았는가에 대한 것이 아니고, 타인에게 얼마만큼 주었고,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마츠코는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함께한 남자들을 사랑했고, 그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츠코의 인생은 혐오스럽지만, 그러나 자신을 돌보지 않고 타인에게 사랑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걸을 알 수 있다.
마츠코가 어떻게 해서 살해되었는지 마츠코의 마지막 순간을 회상하고 끝을 맺고 있다.
어릴 시절에는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마츠코, 사랑받고 싶었던 마츠코는 여러 남자를 만나지만, 불행이 겹치고 사랑을 받은 만큼 더 큰 사랑을 주었지만, 혐오스럽게 끝나는 마츠코의 인생이, 우리나라의 ‘영자의 전성시대’랑 비슷한 이야기다.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서, 글을 작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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