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필사 7일차
몸과 바람
아는 이야기를 다 쓰면 그다음엔 어떤 글을 지어야 하나 근심한 적이 있다. 바보같이 몸도 글도 한결같을 거라 생각하던 때의 일이다. 단어 하나가 몸을 완전히 통과한 후에는 그 전과 다른 뜻이 된다는 걸 몰랐다. 안다고 믿었던 말, 쉽게 끄덕인 말, 남몰래 버린 말……. 스러진 푯말을 따라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갈 때면 이따금 몹시 늙은 얼굴을 한 서사들이 멀찍이서 손짓하며 서 있기도 했다.
불혹과 매혹, 의심과 의문 사이에서 지금도 나는 얼굴을 잃어버린 사람이 바닥을 더듬는 꿈을 꾼다. 육체가 육체인 것이 번번이 난감하고 육체가 육체인 것이 미덥다.
글을 쓸수록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쥐게 된 답보다 늘어난 질문이 많다. 세상 많은 고통은 사실 무수한 질문에서 비롯된다는 걸, 그 당연한 사실을, 글 쓰는 주제에 이제야 깨달아 간다. 나는 요즘 당연한 것들에 잘 놀란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려 한다.
서른,
기쁘게 한껏 부풀어 오르고 보니
곁에 선 부모가 바싹 쪼그라든 채 따라 웃고 있다. - 잊기좋은이름 (김애란 p.123~124)
■ 문장 분석하기
①
②
*각자 두 개 정도의 문장 분석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 문장분석
1) 아는 이야기를 다 쓰면 그다음에 어떤 글을 지어야 하나 근심한 적이 있다.
☞ 김애란 작가는 ‘글의 소재 고갈’에 대해 근심하기도 한다.
2) 불안과 매혹, 의심과 의문 사이에서 지금도 나는 얼굴을 잃어버린 사람이 바닥을 더듬는 꿈을 꾼다.
☞ 작가님의 달라지는 육체적 변화를 느끼며, 또 글을 쓸 때 단어를 선택할 때 어떤 부분에서,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3) 글을 쓸수록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쥐게 된 답보다 늘어난 질문이 많다.
☞ 글을 쓸수록 질문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답보다는 질문이 많아야 한다.
4) 서른, 기쁘게 한껏 부풀어 오르고 보니 곁에 선 부모가 바싹 쪼그라든 채 따라 웃고 있다.
☞ 작가의 젊은 시절의 모습과 부모님의 쪼그라든 모습을 비교하다. '바싹 쪼그라든'이라는 표현이 젊음과 늙음에 비유로 철학적 사유가 있을 것 같다.
=== 문장 분석은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다른 분들의 것을 봐도 어렵다.
단상)
- 글의 소재 고갈에 대해 근심하는 작가님처럼, 나는 언제 그런 고민을 하며 글을 써 볼 수 있을까?
- 글을 쓸 때 단어를 선택할 때, 적절하게 적당한 곳에 사용할지를 고민하는 작가님처럼 적절하게 적당한 곳에 단어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 글쓰기를 하므로 생각과 의문들이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쓸 것이 많아지면 좋겠다. 답보다는 질문을 적절하게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 오십육 세, 인생의 기쁨을 알고 보니, 부모님은 많이 쪼그라든 모습이지만 나의 인생에 버팀목이다. 그 버팀목을 풍선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표현을 해 볼까 한다. 풍선은 처음에는 작고 부피가 없다. 그러나 풍선에 바람을 넣으면, 한껏 부풀어 오르니 팽팽한 풍선이 젊은이 같은 모습으로, 그러나 풍선에 바람을 빼면 바싹 쪼그라든 부모님의 모습처럼 풍선도 쪼그라들지만, 부모님은 그래도 웃음으로 자식을 맞아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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