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8. 카드놀이(온라인게임) <잊기좋은이름, 김애란>

물빛향기 2020. 5. 10. 21:14

에세이 필사 - 8일차

카드놀이

   나이 들어 이제는 눈도 처지고 목소리도 작아진 내 부모는 저녁마다 서로 머리를 맞댄 채 ‘맞고’를 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관도 없고, 무도장도 없고, 문화센터도 없는 동네에서 해가 지면 멍하니 티브이를 보는 일 외에 별로 할 일이 없어서이다. 언젠가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수화기 너머로 탁, 탁, 화투 치는 소리가 나는 걸 듣고 나도 그 사실을 알았다. 한때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놀던 거실에는 어둠과 침묵이 짙게 깔리고, 이제는 미움도 사랑도 희석된 채 이따금 서로를 연민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만이 오도카니 남았다. 가스값을 아끼느라 보일러를 틀어놓지 않은 거실에 군용 담요를 깔고 바싹 웅크린 채, 돈을 자주 따는 쪽은 단연 아버지다. 총각 때야 부러 져줬다 해도 이젠 돈을 잃어줄 이유가 별로 없어서다. 더욱이 노년에게 돈이란 없어서 못 쓰는 종류의 물건 중 하나니까. 그런데 흥미로운 건 통화할 때마다 어머니가 자주 웃는다는 거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묻자 어머니는 ‘네 아버지가 자꾸 욕을 해서 그런다’고 했다. 화투판이라는 데가 원래 세상 어디 가도 듣지 못할 낯 뜨겁고 상스러운 말들이 오가는 장소란 걸 알았지만 점잖고 숫기 없는 우리 아버지가 그런다니 뜻밖이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보다 이상한 건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욕을 먹을 때마다 같은 말로 되받아치며 미친 사람처럼 깔깔댔다. 마치 그래서 기쁘다는 듯. 실은 오래전부터 당신이 나를 이렇게 대해주길 기다려왔다는 듯 말이다. 그 얘기를 들은 뒤 나는 ‘세상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구나’하고 고개 저었다. 
                                           - 잊기좋은이름 (김애란 p.112)=

■ 문장 분석

- 화투를 치는데 제목을 ‘카드놀이’라고 달았습니다.
-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화투’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가족’이라는 소재로 글을 쓸 때는 잘 안다고 썼지만 쓰고 나면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나 의문을 가진다고 고백합니다.
- 그 예시로 부모님이 나이 들어 둘이 앉아 화투를 치는 모습을 매끄럽게 표현했습니다.
- ‘언젠가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수화기 너머로 탁, 탁, 화투 치는 소리가 나는 걸 듣고 나도 그 사실을 알았다.’ 탁/탁이라는 의성어를 넣어 소리가 전달되듯이 서술했습니다.
- ‘한때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놀던 거실에는 어둠과 침묵이 짙게 깔리고, 이제는 미움도 사랑도 희석된 채 이따금 서로를 연민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만이 오도카니 남았다.’ 이 문장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감지됩니다. 시끄럽게/ 어둠과 침묵/ 희석된 채/ 연민으로/ 오도카니 이런 표현들이 눈길을 끕니다.
- ‘그런데 흥미로운 건 통화할 때마다 어머니가 자주 웃는다는 거다.’ 흥미로운 건 =웃는다는 거다. 읽는이로 하여금 왜 웃을까? 궁금증을 유발시키네요. 바로 설명하지 않고 운을 떼는 문장을 넣어도 좋겠습니다.
- ‘어머니는 ‘네 아버지가 자꾸 욕을 해서 그런다’고 했다.’ 욕을 하면 화를 내야지 웃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작가는 말한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부분이 논리적으로 연결됩니다.
-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욕을 먹을 때마다 같은 말로 되받아치며 미친 사람처럼 깔깔댔다.’ 어머니도 같은 말로 되받아치고 있네요.
- ‘마치 그래서 기쁘다는 듯. 실은 오래전부터 당신이 나를 이렇게 대해주길 기다려왔다는 듯 말이다.’ 어머니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작가는 간접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 ‘그 얘기를 들은 뒤 나는 ‘세상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구나’하고 고개 저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부부의 관계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습니다. 혼잣말로 고뇌하는 부분 ‘세상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구나’가 인상적입니다.
- 맞고를 치는 모습으로 서술하여 욕하는 상황과 자신의 소회를 짧게 밝히고 있는 글입니다.
-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에피소드를 선정해 이런 식으로 에세이를 써도 좋겠습니다.

 

2020년 5월 8일 삼남매로 부터 받은 화분.

단상)
온라인게임

 

   나는 아직까지 온라인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 번쩍번쩍 소리도 요란하고, 게임의 물체들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현란하게 게임 화면을 보면 정신이 산만하다.

 

   그런데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정신없이 온라인 게임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린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을까? 그런 아들 보고 그만하라고 하지만, 소용없다.

 

   그러다가 나도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으면 정신이 산만하여 어떤 것이 같은 편이고, 적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런 나를 쳐다보면서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어떻게 되고 설명을 해도 이해가 안 된다.

 

   화면 속에서는 피웅, , 또르록,,, 무슨 소리인지 연신 시끄럽게 들리고, 아들은 그저 신나게 게임을 즐기고 있다.

 

   한때는 고스톱 게임도 온라인으로 몇 번 해봤지만, 게임 룰을 모르니 재미없다. 그렇다고 실제도 고스톱을 하면 돈을 잃는 편에 속하니, 그것도 재미없어서 안 한다이제 나이 들어가면서 무엇인가 즐길 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어떤 것을 할까 고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