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필사 9일차
생일 축하
생일 축하합니다. 창비.
50돌이라니. 저도 아직 살아보지 못한 시간이라 실은 가늠이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추억만 읊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결례가 안 된다면 14년 전 제 첫 단편의 첫 교정지에 적힌 편집부 의견 중 한 부분을 읽어드리겠습니다.
- 주인아주머니를 주인 여자로 통일하였습니다. 제 느낌엔 이 소설의 다른 여자들과 주인 여자가 같은 아우라를 품고 있다고 여겨져 이렇게 바꾸어 보았습니다. 이 문제도 내일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겠군요.
저는 꽤 오랫동안 제가 ‘주인 여자’를 처음부터 ‘주인 여자’로 쓴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뀐 상태가 좋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같이 이야기해보자’라는 사무적인 마지막 문장을 보며 작가에게 ‘같이 이야기’할 대상이 있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이 축사는 50년간 작가들과 긴 이야기를 나눠준 여러 부서 분들과 선생님들께 드리는 작은 목례입니다. 때로 서투르거나 괴팍하고 까다롭거나 다정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작가들의 문장 위를 함께 걸어주고 ‘이 문제도 내일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겠군요’라고 말해준 이들이 만들어낸 반백 년, 그 아득한 시간 앞에 드리는 박수입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합니다. 창비.
모두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잊기좋은이름 (김애란, p.134~136)
■ 문장 분석
- 작가가 창비(창작과 비평) 출판사에게 50주년 기념 축사를 써 준 부분의 에세이입니다.(2016)
- 작가와 창비의 인연은 2003년 잡지에 실릴 단편 교정을 위해 창비출판사에 들렸을 때라고 하네요.
- ‘50돌이라니. 저도 아직 살아보지 못한 시간이라 실은 가늠이 잘 안 됩니다.’ 50주년이 아닌 ‘돌’이라는 표현을 썼네요. 아직 작가는 50살이 안되었구나 알게 됩니다.
- ‘마지막으로 결례가 안 된다면 14년 전 제 첫 단편의 첫 교정지에 적힌 편집부 의견 중 한 부분을 읽어드리겠습니다.’ 편집부에서 보낸 피드백을 실을 테니 ‘결례가 안 된다면’이라고 양해를 구하는 작가의 태도가 보입니다.
- ‘주인아주머니를 주인 여자로 통일하였습니다.’ 편집자가 원고를 수정할 권한이 어느 정도는 있네요. 주인아주머니를 ‘주인 여자’로 통일한 이유를 다음 문장으로 알려줍니다.
- ‘‘같이 이야기해보자’라는 사무적인 마지막 문장을 보며 작가에게 ‘같이 이야기’할 대상이 있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같이 해보자는 말이 오래도록 남았나 봅니다. 계속 ‘강조’하는 문구가 보이네요.
- ‘때로 서투르거나 괴팍하고 까다롭거나 다정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작가들의 문장 위를 함께 걸어주고 ‘이 문제도 내일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겠군요’라고 말해준 이들이 만들어낸 반백 년, 그 아득한 시간 앞에 드리는 박수입니다.’ 창비 편집자들과 직원들에게 이렇게 표현하네요. ‘문장 위를 함께 걸어주고’와! 이 표현으로 창비 편집자들은 감동이 밀려올 거 같습니다.
- ‘서투르거나 괴팍하고 까다롭거나 다정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작가들의’ 작가들을 대변하는 어휘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단상)
필사 완주
벌써 59일째 필사 완주, 학교 다닐 때 말고는, 볼펜을 이렇게 오래 잡아 본 기억이 없다.
이번에 에세이 필사하면서, 59일째 매일같이 볼펜을 잡고 써 내려가는 것이 기적이다.
리더님의 자세한 본분 분석과 필사 부분을 올려주시면, 여러 가지 재능으로 참석하는 분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짧은 단상과 작문과 따라 쓰기를 통해 힘을 얻고, 즐기면서 또한 감동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에세이 필사방에서 함께한다는 것은 행복한 시간이고,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며, 서로 격려하며, 박수를 쳤다. 서로의 에너지로 인해 마음이 풍요로워지니 내 인생에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날지를 기대하며 오늘도 힘차게 걸어간다.
오늘을 힘차게 걸어가며, 영원을 꿈꾸며 현재를 충실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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