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6. 부사(副詞)와 인사 (부사를 만나다) <잊기좋은이름, 김애란

물빛향기 2020. 5. 8. 23:25

에세이필사  6일차

부사(副詞)와 인사

나는 부사가 걸린다. 나는 부사가 불편하다. 아무래도 나는 부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조그맣게 한다. 글 짓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부사를 ‘꽤’ 좋아한다. 나는 부사를 ‘아주’ 좋아한다. 나는 부사를 ‘매우’ 좋아하며, 절대, 제일, 가장, 과연, 진짜, 왠지, 퍽, 무척 좋아한다. 등단한 뒤로 이렇게 한 문장 안에 많은 부사를 마음껏 써보기는 처음이다. 기분이 ‘참’좋다.  - (p.87)

그것은 설명보다 충동에 가깝고 힘이 세지만 섬세하지 못하다. 부사는 동사처럼 활기차지도 명사처럼 명료하지도 않다. 그것은 실천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만날 큰소리만 치고 툭하면 집을 나가는 막내 삼촌과 닮았다. 부사는 과장한다. 부사는 무능하다. 부사는 명사나 동사처럼 제 이름에 받침이 없다. 그래서 가볍게 날아오르고, 허공에 큰 선을 그린 뒤 ‘그게 뭔지 알 수 없지만 바로 그거’라고 시치미를 뗀다. 부사 안에는 뭐든 쉽게 설명해버리는 안이함과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안간힘이 들어 있다. ‘참’, ‘퍽’, ‘아주’ 최선을 다하지만 답답하고 어쩔 수 없는 느낌. 말言 이 말言을 바라보는 느낌. 부사는 마음을 닮은 품사다.    -  잊기좋은이름 (김애란, p.89)

■ 문장 분석

- 글쓰기 방법 중 부사, 형용사를 가급적 쓰기 않는 게 좋다고 되어 있습니다.
- ‘나는 부사가 걸린다. 나는 부사가 불편하다. 아무래도 나는 부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 한 줄 안에 세 문장이나 있네요. 한 문장을 아주 짧게 썼습니다. 에세이를 쓰실 때 이렇게 짧은 문장을 배치하는 것도 좋습니다.
- ‘나는 부사를 ‘꽤’ 좋아한다. 나는 부사를 ‘아주’ 좋아한다. 나는 부사를 ‘매우’ 좋아하며, 절대, 제일, 가장, 과연, 진짜, 왠지, 퍽, 무척 좋아한다.’ 부사를 가급적 쓰지 않으려는 작가는 이번 글에서 부사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꽤/ 아주/ 매우/ 절대/ 제일/ 가장/ 과연/ 진짜/ 왠지/ 퍽/ 무척 등
- ‘등단한 뒤로 이렇게 한 문장 안에 많은 부사를 마음껏 써보기는 처음이다.’ 부사를 마음껏 쓰니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 ‘그것은 설명보다 충동에 가깝고 힘이 세지만 섬세하지 못하다.’ 부사의 속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 ‘부사는 동사처럼 활기차지도 명사처럼 명료하지도 않다.’ 부사와 동사, 명사를 비교합니다.
- ‘부사는 과장한다. 부사는 무능하다.’ 부사의 특징을 명료하게 설명합니다.
- 부사를 넣지 않으려면 다른 어휘나 표현을 넣어야 하는데요, 그건 힘든 일입니다. 부사를 쓰면 한 번에 해결되는 경우도 많지만 부사는 가급적 쓰지 않기로 하니 글 쓰는 사람에겐 고충이겠네요.
- ‘부사는 명사나 동사처럼 제 이름에 받침이 없다.’ 부사에는 ‘O’받침이 없다며 가볍게 날아오른다는 설명으로 부사의 특징을 이어갑니다.
- ‘ ‘참’, ‘퍽’, ‘아주’ 최선을 다하지만 답답하고 어쩔 수 없는 느낌. 말言 이 말言을 바라보는 느낌. 부사는 마음을 닮은 품사다.’ 부사에 관한 성찰이 돋보입니다. 마음도 명확하지 않고 답답할 때가 있는데 마음과 부사의 비유가 탁월합니다.
- ‘부사는 마음을 닮은 품사다.’ 한 번 더 강조하며 문단을 마무리합니다.

단상)
부사(副詞)를 만나다

 

    나는 지금까지 글쓰기를 배운 적은 없다. 그래서 블로그나 다른 SNS에 글을 쓸 때도 짧게 글을 쓴다. 여행을 할 때도 메모를 해서 생각나는 대로 짧게 쓰기는 해도 부사나 형용사를 내 맘대로 가져다 쓴다.

 

    부사가 걸리고’, ‘불편하다라고 하면서 부사를 좋아는 것 같다라고 하는 김애란 작가는 마음을 닮은 품사라고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마음을 담은으로 읽고 표현했는데, 다시 확인하고 자세히 보니까, ‘닮은이다. ‘마음을 담은 품사다라고 했을 때 감동이 덜 한다.

 

    김애란 작가님이 부사를 사랑한다면, 나에게 부사는 언제나 함께 했다. 그래서 내 삶 속에 작은 표현의 글도, 글자를 나열한 것인지 나 자신도 모르고 쓸 때가 많다. 그렇지만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이 작은 부사나 형용사, 동사들의 단어를 사용해서 전하고자 하는 말이 전달되면 좋겠다.

 

www.youtu.be/RStkstH4g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