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4. 당신과 조우(쌍태를 만남) - <잊기좋은이름, 김애란>

물빛향기 2020. 5. 6. 21:57

에세이 필사 4일차 <잊기좋은이름, 김애란>

당신과 조우

전화를 끊은 뒤 마음 같아선 그 자리에서 비명이라도 지르고 재주라도 세 번 넘고 싶었지만 컴퓨터실에 붙은 ‘정숙’이란 단어를 보고 겨우 참았다. 그때 마음껏 발산하지 못한 기쁨이 멍울져 지금도 가끔 가슴이 답답하다. 증상을 들은 한 선배는 화병과 비슷하니 야산에 구덩이를 파고 밤마다 세 번 웃으면 낫는다고 했다. 나는 당선 사실을 종일 숨겼다. 말하고 나면 뭔가 훼손될 것 같고 그러면서도 세상 모든 이들에게 떠벌리고 싶었다. 비밀을 가진 자의 자부와 수치, 떨림과 번뇌로 얼굴이 핼쑥해질 즈음 나는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어머니는 내 소식을 노래방에서 들었다. 근면하고 노래 못하는 내 어머니는 그날 가게 문을 닫고 초저녁부터 노래방에 있었다. 나는 그걸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서해 언저리 시골 읍내에 자리한 우리 집안에 나쁜 소식과 더 나쁜 소식이 연이어 도착하던 시절의 일이었다. 수화기 너머 어머니는 좀 취해 있었다. 그리고 내 얘기를 들은 뒤 무척 기뻐하셨다. 그 감격이 명예에 있는 건지 상금에 있는 건지 알 수 없으나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었다. 어머니 뒤편에서 아주머니들의 노랫소리가 왕왕거리며 들려왔다. 내가 너무 조용한 곳에서 소식을 접한 것과 달리 어머니는 너무 시끄러운 장소에 있던 탓에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       - 잊기좋은이름 (김애란 p45~47)

■ 문장 분석

- 처음으로 등단소식을 들은 날의 감격을 쓴 에세이입니다.(2008)
- ‘전화를 끊은 뒤 마음 같아선 그 자리에서 비명이라도 지르고 재주라도 세 번 넘고 싶었지만 컴퓨터실에 붙은 ‘정숙’이란 단어를 보고 겨우 참았다.’ 등단 소식을 들었던 장소가 컴퓨터실이라 맘껏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기뻐하지 못한 상황이었음을 보여줍니다.
- ‘그때 마음껏 발산하지 못한 기쁨이 멍울져 지금도 가끔 가슴이 답답하다.’ 당선의 기쁨/ 멍울져/지금도/가끔/가슴이/답답하다 라고 썼네요. 그 마음이 어떨까 유추해봅니다.
- ‘비밀을 가진 자의 자부와 수치, 떨림과 번뇌로 얼굴이 핼쑥해질 즈음 나는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당선사실을 종일 숨겼던 심정을 표현한 단어들입니다. 자부와 수치, 떨림과 번뇌~ 온갖 생각이 들었겠습니다.
- ‘어머니는 내 소식을 노래방에서 들었다.’ 자신은 조용한 컴퓨터실에서 당선 소식을 들었는데 어머니는 시끄러운 노래방에서 당선 소식을 듣었네요.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 ‘어머니 뒤편에서 아주머니들의 노랫소리가 왕왕거리며 들려왔다.’ 소리를 표현했지만 그림이 그려집니다.
- ‘내가 너무 조용한 곳에서 소식을 접한 것과 달리 어머니는 너무 시끄러운 장소에 있던 탓에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 딸도, 어머니도 등단 소식을 듣고 맘껏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 이렇게 등단 소식을 들은 김애란은 ‘나는 내가 정말 글을 쓰며 살게 되리라곤 생각 못 했다’(p.48)쓰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묘합니다.
- 기뻤던 순간을 더듬어 에세이를 써도 좋겠습니다.

단상)
쌍태를 만남

 

    물탱크 방에서 불편했지만,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1년 동안 알뜰하게 모아서 월세 500만원에 5만원 월세로 나만의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물탱크 방에서 생활할 때 보다, 얼마나 좋은지 날아갈 것만 같다.

 

    그리고 몇 년 후에 나를 구제해준 아내를 만나게 되어 결혼을 했다. 신혼의 재미에 빠졌는데,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기쁨도 잠깐,, 슬픔을 안고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고향집에 갔더니, ‘며느리가 임신한 것 아니냐고 하시는 어머니. 우리는 아니라고 했지만, 병원을 찾아갔다. 검사 결과 임신이 확실하단다.

 

    몇 주를 검사를 하며 태어날 아기를 위해 기도하며 기다렸다. 4~5개월 되어서 초음파 검사 및 여러 검사를 했는데, 태아가 쌍태란다. 그것도 이란성쌍태란다.. 당장 부모님과 장모님께 연락을 해서, 태아는 건강하고,  쌍태라고 말씀을 들렸다.

 

    그리고 우리 쌍둥이들은 38주 만에 찾아왔다. 아들은 약하게 태어나서 병원에 한 달 정도 입원해 있었고, 딸내미와 아내만 먼저 퇴원을 했다.

출처 다음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