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주막(酒幕) - 백석

물빛향기 2020. 5. 17. 16:47

주막 酒幕       - 백석

 

호박닢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었다

 

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팔(八)모알상이 그 상 위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만한 잔(盞)이 뵈였다

 

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

 

울파주 밖에는 장꾼들을 따러와서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도 있었다

 

- <정본 백석 시집>(문학동네, 2007)

 


* 붕어곰 : 붕어를 오래 곤 국 또는 오래 곤 붕어
* 질들은 : ‘길들은’의 평북 방언. 오래 사용하여 반들반들한
* 팔모알상 : 테두리가 팔각으로 만들어진 개다리소반
* 장고기 : 농다리와 비슷한 잔고기, 자그마한 물고기
* 울파주 : 대, 수수깡, 갈대, 싸리 등을 엮어놓은 울타리. ‘울바자’의 평북 방언.
* 엄지 : 짐승의 어미

 

백석 시인의 주막을 읽고서,,,

 

그 주막은 울타리에 널려 있는 호박잎으로 싸주었는데, 언제나 맛있다.

부엌에는 빨간 개다리소반 위에 물빛 모양의 잔이 놓여있었고,

그 주막집 아들아이는 이름이 진인데, 물고기를 잘 잡고 앞니가 뻐드러졌고 나와 동갑이다.

울타리 밖에는 망아지들이 젖을 빨고 있기도 했고, 닭, 염소, 토끼들이 노닐고 있다.

 

장터 입구에 있는 그 주막은 늘 봇짐진 사람들로 늘 복작거린다.

진이와 나는 봇짐진 사람들 틈에 끼어 술안주 하나라도 얻어먹을 요량으로 마당을 어슬렁거린다.

 

장이 끝물일 때, 돌아오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는 내게 진이는 내일 보자 하면 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