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자본주의-평화를 위한 묵상기도 - 고정희
어둠이 가득한 세상 속으로
악령이 깃을 치는 땅으로
첫 열 두 제자를 파송하던 날의
그리스도 마음을 묵상합니다
평화를 전하러 가는 너희는
돈주머니를 지니지 말며
평화를 전하러 가는 너희는
양식자루를 지니지 말며
평화를 전하러 가는 너희는
여벌 신발도 지니지 말아라, 분부하신 그 말씀
내 오늘 깨닫습니다
그것이 평화의 길인 줄
그것이 평화의 길인 줄
추수할 곡식은 익어가는데 일꾼이 너무 적구나, 적구나
열두 제자를 파송하는 날의
그리스도 말씀을 묵상합니다
평화를 추수하러 가는 너희는
내 평화를 배척하는 집에 머물지 말며
평화를 추수하러 가는 너희는
내 평화를 모르는 식탁에 앉지 말며
평화를 추수하러 가는 너희는
내 평화를 외면하는 땅에서 묻은
신발의 먼지도 다 털어 버려라, 당부하신 그 말씀
내 오늘 깨닫습니다
그것이 평화의 삶인 줄
그것이 평화의 삶인 줄
우리의 소원은 평화
꿈에도 소원은 평화통일
칠천만 겨레 삼천리 외침 속에
그리스도 말씀 들려옵니다
너희가 입으로는 평화를 원하면서
마음엔 두 주인을 섬기고 있구나
진실로 평화를 원하거든
너만의 밥그릇을 가지지 말며
진실로 통일을 원하거든
너만의 돈주머니를 챙기지 말며
진실로 평화통일을 원하거든
너만의 천국을 꿈꾸지 말아라, 이르시는 그 말씀
내 오늘 깨닫습니다
이것이 평화의 부름인 줄
이것이 평화의 부름인 줄
― 유고시집『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창비,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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