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병 - 허수경
이 세상 정들 것 없어 병에 듭니다
가엾은 등불 마음의 살들은 저리도 여려나 그 살을
세상의 접면에 대고 몸이 상합니다
몸이 상할 때 마음은 저 혼자 버려지고 버려진 마음이
너무 많아 이 세상 모든 길들은 위독합니다
위독한 길을 따라 속수무책의 몸이여 버려진 마음들이
켜놓은 세상의 등불은 아프고 대책없습니다
정든 병이 켜놓은 세상의 등불은 어둑어둑 대책없습니다.
- 시집<혼자가는 먼 집>(문학과 지성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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