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 서효인
우아하게 휘어지는 도로, 달아난 차는 뒤가 없고 사내는 김샌 음료처럼 흘렀다 마지막 탄산이 터지고 곧 증발할 사내의 소금기가 마지막 찐득한 주문을 외자 그의 곳곳에서 새로운 다리가 생겨났다
오늘은 일하기가 싫다
깨진 머리는 소소한 기억이 뭉쳐 되게 짰다 마지막 장면을 망망히 담던 눈도 전에 없이 튀어나왔다 오징어회가 입천장에 붙듯 염치없이 도로가 편안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흡반이 늘어났다
생 처음, 게으르게 그는 누워 있고 차들은 한 대 두 대 그를 비켜 갔고 바다는 느긋하게 고래를 담고 곰치를 담고 청새치를 담고 오징어를 담고 불이 밝았다 불빛을 쫓는 사내의 다리가 질척일 때, 연골과 두골에 쌩, 바큇자국이 나고 오징어 몸통처럼 쌔앵, 가늘게 찢어지는 그의 생
빛을 따르는 오징어가 그물에 잡히듯 묵호에서 도시로 밀려와 낙엽과 꽁초와 환경을 담던, 아스팔트에 구워져 동해 바다의 불빛처럼 줄지어 달려드는 어선에 찢기고 구워져 일차선 마요네즈에 찍힌
새벽의 미화원을 본
사람을 찾습니다
- 시집<소년 파르티잔 행동지침>(민음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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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하기가 싫다."
싯구처럼 일하기 싫지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일 할 수 있다는 기쁨과 매일 새로운 시(詩),
덕분에 힘을 얻고 열심히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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