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나비 - 김사인

물빛향기 2020. 6. 20. 22:13

나비          - 김사인

 

오는 나비이네

그 등에 무엇일까

몰라 빈 집 마당켠

기운 한낮의 외로운 그늘 한 뼘일까

아기만 혼자 남아

먹다 흘린 밥알과 김칫국물

비어져 나오는 울음일까

나오다 턱에 앞자락에 더께지는

땟국물 같은 울음일까

돌보는 이 없는 대낮을 지고 눈시린 적막 하나 지고

가는데, 대체

어디까지 가나 나비

 

그 앞에 고요히

무릎 꿇고 싶은 날들 있었다.

 

    -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

===

 

흑백 사진 한 컷 안에

날아든 나비

정지 화면에서

홀로 너울너울 날아가 버린다.

 

모든 순간이 사람마다 다 특별함을 표현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모르고 살아갈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