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 김사인
오는 나비이네
그 등에 무엇일까
몰라 빈 집 마당켠
기운 한낮의 외로운 그늘 한 뼘일까
아기만 혼자 남아
먹다 흘린 밥알과 김칫국물
비어져 나오는 울음일까
나오다 턱에 앞자락에 더께지는
땟국물 같은 울음일까
돌보는 이 없는 대낮을 지고 눈시린 적막 하나 지고
가는데, 대체
어디까지 가나 나비
그 앞에 고요히
무릎 꿇고 싶은 날들 있었다.
-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
===
흑백 사진 한 컷 안에
날아든 나비
정지 화면에서
홀로 너울너울 날아가 버린다.
모든 순간이 사람마다 다 특별함을 표현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모르고 살아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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